어제 새벽반 끝나고 집에 와서 바로 자야 되는데, 이상하게 전자책 샘플 올린 게 계속 마음에 걸렸음. 원고는 분명히 전날 밤에 다 봤거든. 노트북으로 보면 줄도 괜찮고 첫 문단도 나쁘지 않고, 제목 밑 여백도 그럭저럭임.
근데 침대에 누워서 폰으로 다시 열어보니까 첫 화면이 너무 답답한 거야. 생각보다 크네. 글자 크기가 큰 게 아니라 숨 쉴 틈이 없는 느낌? 내가 쓴 글인데도 손가락이 바로 안 내려감.
아침에 출근길 버스에서 한 번 더 봤음. 천안 쪽은 그 시간에 버스가 조용한 듯하면서도 은근 흔들리잖아. 그 상태에서 샘플 앞부분 읽어보니까, 첫 두 문단이 설명만 하고 있더라고. 노트북에서는 성실해 보였는데 폰에서는 그냥 늦게 시작하는 글처럼 보임.
그래서 병원 도착해서 탈의실 가기 전에 메모앱에다가 첫 문장만 바꿔 적어놨음. 뭘 대단하게 고친 건 아니고, 내가 왜 그 글을 쓰게 됐는지부터 꺼내는 쪽으로. 설명은 뒤로 밀고. 점심때 편의점 김밥 먹으면서 다시 보니까 훨씬 낫긴 했음. 물론 그때는 배고파서 뭐든 좋아 보였을 수도 있고요.
내가 요즘 느낀 건 샘플은 원고 확인이 아니라 독자 흉내 내기 같음. 앉아서 각 잡고 보면 안 보이는 게, 출근길이나 대기시간에 보면 바로 보임. 특히 첫 화면에서 문단이 세 덩어리로 꽉 차 있으면 나도 이쪽 봄, 그냥 조금 밀어내고 싶어짐. 내용이 별로라서가 아니라 손이 먼저 피곤해지는 듯.
그리고 문장 하나가 길면 폰에서는 더 길게 느껴짐. 종이책이나 노트북에서는 괜찮던 문장도 폰에서는 두세 줄씩 물고 늘어져서, 내가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나도 잠깐 놓치게 됨. 그래서 어제는 긴 문장 두 개만 잘랐는데 전체가 가벼워 보였음. 신기하지.
이직 준비한다고 서류도 만지고, 비번 날에는 단기 알바도 알아보고 그러니까 원고 볼 시간이 자꾸 잘게 쪼개지는데, 오히려 그게 샘플 확인에는 맞는 거 같기도 함. 독자도 그렇게 보지 않나. 커피 기다리면서 보고, 버스에서 보고, 잠들기 전에 조금 보고. 그럴 수 있음.
밤에 다시 노트북 켜서 최종 파일 만지려다가 안 건드렸음. 폰에서 괜찮으면 일단 큰 문제는 덜한 거 같아서. 괜히 노트북 기준으로 줄간격 맞추고 여백 다듬다 보면 또 멀쩡한 걸 만지게 됨. 샘플 앞부분은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처음 두어 번 스크롤이 안 부담스러운 게 먼저인 듯함.
오늘 비번이라 오전에 클라이밍장 가려다가 손목이 좀 뻐근해서 쉬는 중인데, 어제 바꾼 첫 문장만 다시 봐도 덜 딱딱하긴 하네. 이런 건 오래 붙잡고 있어도 모르고, 딱 생활 속에서 한 번 튀어나올 때 잡히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