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잡클럽

컨설팅 단건 받아본 얘기

흠흠흠1Lv.12026년 5월 18일조회 12추천 0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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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평일 저녁에 아는 거래처 사장님 통해서 작은 컨설팅 단건 하나 받았어요. 거창한 건 아니고, 직원 7명 있는 업체에서 견적서랑 업무 흐름이 너무 제각각이라 한번 봐달라는 식이었네요.

처음엔 이걸 엔잡이라고 해야 하나 싶었어요. 배달이나 전단처럼 딱 시간이 돈으로 바뀌는 일은 아닌데, 본업에서 하던 걸 밖에서 돈 받고 하면 그게 부업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퇴근하고 바로 가긴 애매해서 수성못 근처에서 김밥 하나 먹고 7시 조금 넘어서 갔어요. 사무실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대표님 혼자 커피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뭔가 대단한 자료를 기대하신 거 같은데 막상 파일 열어보니 엑셀 양식이 4개, 담당자별로 저장 방식 다 다르고, 견적 보낸 뒤에 누가 후속 연락했는지도 카톡방에서 찾아야 하는 상태였어요.

솔직히 말하면 이런 건 컨설팅이라기보다 정리정돈에 가깝거든요. 근데 밖에서는 이걸 제일 힘들어하더라고요. 누가 뭘 맡고 있는지 말로는 아는데 문서로 남겨둔 건 없고, 직원이 바뀌면 다시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고요. 저도 회사에서 이걸 몇 번 겪어서 남 일 같진 않았어요.

그날은 두 시간 반 정도 앉아서 흐름만 잡았어요. 신규 문의 들어오면 누가 받고, 견적은 어디 양식으로 만들고, 보낸 뒤 며칠 뒤에 다시 연락할지. 이런 걸 종이에 먼저 적고 엑셀 파일 하나로 줄였네요. 돈은 많이 받은 건 아니고 저녁 시간 쓴 값 정도였어요. 정확한 금액은 좀 그렇고, 그냥 주말 하루 알바보단 낫고 큰 프로젝트라고 하기엔 민망한 정도요.

해보니 좋은 점은 분명했어요. 몸이 덜 피곤하고, 내가 이미 아는 걸 쓰니까 준비가 덜 들어가요. 대신 머리가 좀 남아있어야 됩니다. 본업 끝나고 가면 집중력이 반쯤 나가 있거든요. 저도 중간에 대표님이 질문하는데 잠깐 멍해져서 물 한잔 마시고 다시 봤네요.

이런 단건은 어디서 구하냐고 물으면 저도 답이 깔끔하진 않아요. 앱에 올려서 받았다기보다 주변에서 흘러온 거라서요. 다만 한 번 해보니 동네 자영업이나 작은 업체들은 생각보다 이런 정리 수요가 있긴 한 듯해요. 홈페이지 만들어준다, 마케팅 해준다 이런 쪽 말고 그냥 파일 이름부터 업무 순서까지 잡아주는 거요. 너무 사소한가? 싶은데 그 사소한 게 돈 새는 구멍일 때가 있더군요.

문제는 선을 잘 잡아야 한다는 거예요. 처음엔 견적 양식만 봐달라더니 이야기하다 보면 인사, 매출, 거래처 관리까지 흘러가요. 그럼 갑자기 내가 그 회사 직원처럼 앉아있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처음에 시간하고 범위를 대충이라도 말해야겠다고 느꼈어요. 괜히 친분 믿고 시작하면 끝이 애매해져요.

집에 와서 보니 11시쯤이었고, 수성구청 쪽으로 걸어오는데 이걸 계속 하면 본업을 줄일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근데 또 다음 날 출근하니까 바로 현실로 돌아오네요. 그래도 한 번 해보니까 막연한 부업보다 이런 식의 단건이 제 성향엔 맞는 거 같아요. 사람 상대하는 건 피곤한데, 엉킨 거 풀어놓고 나오는 맛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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