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썸네일 시안 하나 보내다가 좀 웃긴 일이 있었음. 원래는 이미지 세 장 붙이고 밑에 글로 설명을 길게 적는 편인데, 요즘 내가 글을 너무 길게 쓰나 싶더라. 받는 사람도 바쁠 텐데 내 설명 읽다가 지칠 거 같고.
일은 작은 학원 홍보용 썸네일이었음. 분당 쪽은 아니고 그냥 지인 건너 소개로 온 건데, 첫 통화 때 “깔끔하게만” 이 말을 세 번 했음. 이 말이 제일 어려움. 깔끔한 게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
밤 9시쯤 커피 식은 거 옆에 두고 시안 만들었는데, 첫 번째는 흰 여백 많이 둔 거, 두 번째는 색 좀 들어간 거, 세 번째는 사진 크게 박은 거였음. 예전 같으면 각 시안마다 왜 이렇게 했는지 줄줄 썼을 텐데, 이번엔 그냥 화면 녹화 켜고 1분 조금 넘게 말로 설명함. “이건 글자가 작게 보일 수 있어서 모바일에서 보면 이렇게 보임”, “이건 클릭은 잘 받을 수 있는데 학원 느낌이 조금 가벼워질 수 있음” 이런 식으로.
아 진짜 글로 쓰면 괜히 변명처럼 보이는 말도 말로 하니까 좀 덜 딱딱하긴 하더라.
근데 보내고 나서 살짝 후회함. 내가 말이 느린 편이라 그런지 1분짜리인데도 중간에 숨 고르는 소리가 다 들어감. 러닝 크루 나갔을 때도 숨찬 거 티나서 슬그머니 빠졌는데 여기서도 이러네 싶었음. 그래도 클라이언트는 오히려 이해가 빨랐다고 함. 글보다 낫다네.
이번에 느낀 건 시안 설명을 꼭 길게 잘 쓰는 게 답은 아닌 거 같음. 특히 디자인 잘 모르는 분들은 “왜 이 색인지”보다 “이걸 쓰면 어디서 덜 깨지는지”, “작게 봤을 때 뭐가 먼저 보이는지” 이런 말을 더 빨리 알아듣는 듯함. 나도 부업 수익 인증 글 보면서 괜히 단가 올리는 사람들 부러워만 했는데, 이런 전달 방식 하나 바꾸는 게 단가 얘기보다 먼저인가 싶었음.
파일도 그냥 01 02 03 이렇게 안 하고, “여백형”, “강조형”, “사진형” 이런 식으로 붙였음. 너무 촌스럽나 했는데 받는 입장에선 고르기 편했나 봄. 뭐 대단한 이름은 아닌데, “2번이요”보다 “사진형에서 제목만 조금 줄여주세요” 이렇게 답이 오니까 수정도 빨랐음.
단가는 평소랑 비슷하게 받았고, 추가 수정 한 번은 그냥 해줬음. 정확히 얼마 이런 건 여기다 쓰기 좀 그렇고, 작은 건 아직 나도 크게 못 부름. 그래도 다음엔 설명 영상 붙이는 경우에는 수정 횟수 얘기를 처음부터 더 분명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음. 말로 설명까지 해놓으면 상대가 “이해했으니까 이제 알아서 다 맞춰주겠지” 하는 느낌으로 흐를 때가 있음.
에휴, 디자인보다 전달이 더 일인 날이 있네.
오늘 오전에 최종본 보내고 나니까 별거 아닌데 좀 배운 기분임. 다음에도 긴 설명 쓰기 전에 그냥 짧게 녹화 한번 해볼까 함. 목소리는 좀 민망한데, 글로 길어지는 것보단 나을 때가 있긴 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