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교정 쪽은 그냥 맞춤법 보고 빨간 줄 몇 개 긋는 건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면 저장하는 방식부터 은근 신경 쓰임. 나도 처음엔 파일 하나 받아서 워드에서 바로 고치고 끝내면 되는 줄 알았지. 근데 원본 따로 두고, 수정본 따로 만들고, 변경내용 표시 켜놓은 파일까지 남기니까 폴더가 금방 지저분해지더라.
요즘은 파일명부터 대충 안 만짐. 받은 이름 뒤에 날짜만 붙여도 나중에 덜 헷갈림. 예를 들면 기획서_수정본 이런 식으로만 해두면 하루 지나서 내가 뭘 건드렸는지 바로 안 떠오름. 손주 재우고 밤에 잠깐 앉아서 작업할 때가 많은데, 그 시간엔 정신이 반쯤 나가 있어서 더 그럼. 그래서 원본은 아예 열자마자 복사부터 해둠. 별거 아닌데 이거 안 하면 괜히 찜찜함.
최근에 받은 파일 하나는 문단마다 띄어쓰기랑 말투가 다 달랐음. 내용은 나쁘지 않은데 보고서처럼 보이게 맞추려면 단어 하나 고치는 것보다 톤 맞추는 게 오래 걸리더라. 특히 ‘합니다’로 가다가 갑자기 ‘된다’로 끝나고, 표 안에는 또 짧게 끊겨 있고. 이런 건 맞춤법 검사기만 돌리면 오히려 더 어색해지는 부분도 있음. 나는 먼저 전체를 한 번 읽고, 이 글이 딱딱한 보고서인지 그냥 제출용 자료인지 감 잡은 다음에 손대는 편이 낫더라.
한글 파일은 더 조심하게 됨. 글자 모양이랑 문단 모양이 섞여 있으면 내가 조금만 만져도 줄이 밀림. 특히 표 들어간 문서는 보기엔 쉬워 보여도 칸 하나 늘어나면 뒤쪽이 다 틀어지는 느낌임. 지난주쯤 맡았던 건 표 안 글씨가 조금씩 달라서 맞추는 데 시간이 꽤 갔음. 금액은 크진 않았는데, 이게 그냥 글 보는 일이 아니라 파일 상태 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그리고 교정 표시를 어떻게 남길지도 미리 정해두는 게 마음 편하더라. 어떤 사람은 빨간 글씨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변경내용 표시 켠 걸 원함. 나는 처음 파일 받을 때 대충이라도 물어보고 시작함. 중간에 바꾸면 내가 한 일도 흐려지고 상대도 헷갈려함.
요즘 수익 인증 글 보면 빨리 많이 하는 사람이 부럽긴 한데, 나는 아직 속도보다 안 꼬이게 하는 쪽이 먼저인 듯. 파일 하나 끝내고 나면 수정한 문장보다 저장한 파일들이 더 기억날 때가 있음. 이상하지. 근데 이런 게 쌓이면 다음엔 조금 덜 버벅일 거 같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