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 대여 하시는 분들 물건 보관은 다들 어떻게 하시나요? 이게 몇 개 없을 때는 그냥 베란다 한쪽에 세워두면 되겠지 했는데, 막상 박스까지 같이 두니까 공간이 생각보다 빨리 잡아먹네.
나는 오픈마켓 물건도 같이 만지다 보니 집에 박스가 원래 좀 있는 편임. 송도 쪽 아파트라 창고라고 해봐야 팬트리 조금, 베란다 조금인데 거기에 촬영용 조명, 캠핑 의자 두 개, 접이식 테이블, 빔 하나 이렇게 들어오니까 갑자기 집이 물류센터 흉내 내는 느낌이 됐음. 공실 한 달째라 뭐라도 굴려보자 싶어서 대여도 봤는데, 돈보다 먼저 공간이 사람을 누르네요.
처음엔 장비만 깨끗하면 되는 줄 알았거든. 근데 빌려가는 사람 입장에선 가방 상태, 박스 상태, 설명서 유무 이런 것도 꽤 보나 봄. 특히 빔프로젝터는 본체보다 케이블 빠진 게 더 골치임. HDMI 하나 빠지면 다음 사람한테 바로 연락 오고, 리모컨 배터리 애매하면 또 내가 괜히 신경 쓰이고.
그래서 요즘은 박스 안에 구성품 사진을 한 장 넣어둘까 생각 중임.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프린트해서 “이렇게 들어있었음” 정도로. 매번 앱에 사진 올려놔도 현장에서 다시 보는 게 편하긴 하니까. 이거 너무 유난인가? 싶다가도 회수하고 나서 케이블 찾느라 20분 뒤진 적 있어서 생각이 바뀜.
가격도 애매함. 하루 1만 원 받는 물건이면 왕복 시간, 세척, 충전, 확인까지 하면 내가 뭘 하고 있나 싶을 때가 있음. 근데 또 평일에 안 쓰는 물건 놀리는 것보단 낫지 않나 싶고. 자문자답 계속함. “이건 부업인가, 집 정리 실패인가” 이런 느낌.
캠핑 의자는 의외로 회수 때 먼지랑 냄새가 문제였음. 그냥 흙 묻은 정도면 털면 되는데, 젖은 상태로 접혀 오면 답이 좀 없음. 지난주쯤 비 온 뒤에 한 번 그렇게 들어왔는데 베란다에 펼쳐놓고 말리니까 집이 캠핑장 뒤편 같더라. 러닝 크루 나갔다가 탈주한 인간이 집에서 의자 말리고 있으니 좀 웃기긴 했음.
요즘 느끼는 건 대여 물건은 물건값보다 “돌아왔을 때 바로 다음 사람한테 나갈 수 있냐”가 더 중요한 듯. 그게 안 되면 예약이 잡혀도 불안하고, 불안하면 결국 못 받게 됨. 특히 배터리 들어가는 제품은 회수 당일에 바로 충전 꽂아두는 습관 없으면 다음날 아침에 좀 식은땀 남.
보증금은 예전보다 사람들이 좀 익숙해진 느낌인데, 너무 세게 잡으면 문의가 줄고 너무 낮게 잡으면 내가 불안함. 이건 동네랑 물건마다 다른 거 같아서 딱 얼마가 맞다 이런 건 모르겠음. 나는 그냥 새로 사기 애매한 정도의 금액이면 서로 조심하게 되는 선으로 잡는 편임. 정확한 계산이라기보단 기분의 안전장치에 가까움.
그리고 사진은 진짜 중요하긴 함. 판매도 해봐서 알지만 대여는 더 그런 거 같음. 새것처럼 찍는 것보다 사용감 있는 부분을 미리 보이게 찍는 게 뒤탈이 덜함. 괜히 깨끗한 척 찍었다가 회수 때 말 섞이는 게 더 피곤함. 어차피 빌리는 사람도 새상품 기대하는 건 아니니까, 흠집은 흠집대로 보여주는 게 서로 편하더라.
나만 이렇게 대여가 물건보다 박스, 케이블, 회수 동선 싸움처럼 느껴지나. 시작은 쿨하게 “놀리는 장비 좀 굴려보자”였는데 막상 해보면 은근 운영임. 그래도 한 달에 몇 번만 잘 돌아가면 커피값 이상은 나오니까 또 완전히 접자니 아쉽고.
지금은 작은 투명 파우치 몇 개 사서 케이블별로 묶어둘까 보는 중임. 한 5천원쯤이면 살 줄 알았는데 사이즈 맞추면 또 생각보다 비싸더라. 괜히 장비보다 부자재 사는 데 마음이 더 쓰임.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결국 이런 자잘한 게 안 잡히면 대여는 오래 못 가는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