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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이식 카트 빌려준 날

새벽세시러Lv.12026년 5월 24일조회 22추천 0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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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에 접이식 카트 하나 빌려줬음.

원래 캠핑 박스 옮길 때 쓰던 거라 집 베란다 한쪽에 접혀 있는 놈인데, 당근에 올려둔 지는 좀 됐고 문의만 오다가 처음으로 실제 대여까지 갔네. 카메라나 빔프로젝터처럼 폼 나는 물건도 아닌데, 이상하게 이런 게 더 생활감 있어서 그런가 봄.

빌린 사람은 근처에서 플리마켓 같은 거 한다고 했음. 정확히 뭐 파는지는 안 물어봤고, 그냥 접이식 테이블이랑 박스 두세 개 옮겨야 된다길래 아 그 정도면 이거면 되겠다 싶었지. 관악 쪽 골목이 은근 언덕 많아서 손으로 들고 가면 허리 나감. 나도 시장에서 과일 박스 하나 욕심내서 사왔다가 집 앞에서 잠깐 인생 생각한 적 있음 ㅋㅋ

처음엔 하루 대여로 잡았고, 금액은 그냥 커피 두 잔값 정도로 했음. 너무 세게 부르면 괜히 민망하고, 너무 싸면 또 안 돌려받을 때 속 쓰릴 거 같아서 중간 어딘가. 보증금은 받았음. 이건 좀 꼭 받게 되네. 사람 못 믿어서가 아니라, 물건이 작지 않고 바퀴 깨지면 바로 티 나는 물건이라.

오전 10시쯤 봉천역 근처 카페 앞에서 만났는데, 그 사람이 생각보다 짐이 많아 보였음. 카트 펼치는 법을 잘 모르길래 내가 한번 펴서 보여줬고, 손잡이 높이 조절하는 부분이 좀 뻑뻑하다고 말해줌. 이걸 말 안 하면 나중에 고장인 줄 알 수도 있겠다 싶었음. 사진도 그 자리에서 서로 찍어둠. 바퀴 쪽 흠집, 손잡이 스펀지 까진 부분, 밑판 살짝 휜 거. 별거 아닌데 나중에 말 길어지는 거 싫어서.

이런 거 빌려줄 때 제일 애매한 게 배송임. 내가 요즘 퀵이랑 화물 단가 앱으로 한 번씩 비교해보는데, 작은 물건은 그냥 직접 만나거나 지하철역 픽업이 제일 나은 듯. 카트 자체를 퀵으로 보내면 배보다 배꼽이 좀 크다. 지난주쯤 봤을 땐 가까운 거리도 생각보다 나와서 그냥 포기했음. 정확한 금액은 기억 안 나는데, 이 물건 대여료 생각하면 굳이.

오후에 연락 와서 한 시간 늦을 수 있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음. 주말 장사 끝나면 정리 시간이 밀릴 수 있지 뭐. 대신 밤 너무 늦으면 다음날 아침으로 돌리자고 했고. 이런 선은 미리 말하는 게 낫더라. 나도 집에서 사이드 작업 좀 하다가 흐름 끊기면 괜히 예민해져서.

돌아온 건 저녁 8시 반쯤. 바퀴에 흙이 좀 묻어 있었고 밑판에 테이프 자국 같은 게 생겼는데 닦이긴 했음. 그 자리에서 물티슈로 대충 닦아보고 괜찮다 하고 보증금 돌려줌. 사실 이런 소모감까지 감안해서 빌려주는 거긴 한데, 막상 새 흠집 보이면 마음이 아주 넓어지진 않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그래도 이번 건 나쁘지 않았음. 카트처럼 사용법 단순하고 고장 부위가 눈에 바로 보이는 물건은 대여용으로 괜찮은 편인가 봄. 캠핑 랜턴은 충전 상태 신경 쓰이고, 마이크는 연결 안 된다고 연락 올까 봐 좀 귀찮고, 카메라는 흠집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서는데 얘는 그냥 펴고 밀면 끝이라.

다만 바퀴 달린 물건은 사진을 많이 찍어두는 게 마음 편하네. 바퀴, 축, 손잡이, 접히는 부분. 그리고 반납 시간은 넉넉히. 시간 딱딱 맞춰 잡으면 서로 피곤해짐.

집에 와서 다시 베란다에 세워두는데, 얘가 돈을 벌었다기보다 자리값을 조금 냈다는 느낌이었음. 이런 식이면 안 쓰는 공구함이나 캠핑 테이블도 한번 올려볼까 싶긴 한데, 또 올리면 문의 답장하는 일이 생기지. 그게 또 일이지 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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