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 날에 배민 좀 타고 들어오면 이상하게 집 불빛부터 보게 됨. 복도등이 누렇냐 하얗냐 이런 거. 예전엔 그냥 밝으면 됐지 했는데 요즘은 월세방도 그런 게 첫인상에 꽤 먹히는 듯함.
얼마 전에 공실 하나 보러 갔다가 세입자 나간 방 정리하는 김에 조명만 좀 바꿔봤거든. 원래 거실이 형광등 느낌 너무 세서 방이 더 휑해 보였음. 벽지도 멀쩡하고 바닥도 큰 흠 없는데 사진 찍으면 괜히 사무실 같고 차가워 보이는 그런 느낌 있잖아.
그래서 큰돈 들인 건 아니고 전구 몇 개랑 커버 닦는 정도만 했음. 전구값은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하나에 한 5천원쯤이었던 듯. 지난주쯤 동네 철물점에서 산 거라 지금은 모르겠고, 인터넷이 더 쌀 수도 있겠지. 근데 배송 기다리는 게 귀찮아서 그냥 샀음 ㅋㅋ
생각보다 크네. 방 냄새랑 청소 상태도 중요하긴 한데, 조명이 너무 푸르스름하면 방이 더 낡아 보임. 특히 저녁 시간에 보러 오는 사람들은 사진보다 현관 열었을 때 느낌을 먼저 보는 거 같음. 낮에는 햇빛으로 가려지는데 퇴근하고 오는 사람들은 조명빨 그대로 맞잖아.
나는 그래서 이제 공실 나오면 환기 먼저 시키고, 배수구 냄새 한번 보고, 그다음 조명 봄. 커튼이나 블라인드까지 새로 할 정도는 아니어도 전등 커버에 먼지 낀 건 진짜 바로 티 남. 손 안 닿는 척하고 미루다가 막상 닦으면 방이 조금 달라 보임.
큰 수리비 쓰기 전에 이런 잔손질부터 보는 게 맞는 거 같음. 월세를 확 올릴 수 있는 건 아니어도, 보러 온 사람이 오래 서 있긴 하더라. 방 안에서 말이 길어지면 그래도 가능성 있는 거니까.
나도 교대 끝나고 공실 들르는 날은 귀찮아서 대충 보고 싶을 때 많은데, 조명 켜놓고 5분만 있어보면 좀 보임. 이 방이 사람이 살 만해 보이는지, 그냥 비어 있는 방처럼 보이는지. 그 차이가 은근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