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 와서 뭐 찍을 기운이 있나 싶다가도, 씻기 전에 식탁 위에 컵 하나 올려놓고 영상 몇 초 찍는 건 또 하게 됨. 요즘은 손 나오는 짧은 영상이나 빵 자르는 소리 같은 거 스톡에 올려보는 중인데, 돈이 막 되는 건 모르겠고 그냥 쌓이는 재미는 있음.
동탄 집 주방 조명이 노란 편이라 처음엔 그냥 찍으면 따뜻해 보이고 좋겠지 했는데, 막상 올려보면 컵 흰 부분이 누렇고 손도 이상하게 뜸. 병원 근무 끝나고 눈이 피곤해서 그런가 했는데 조명 위치 문제도 큰 듯함.
식탁 등 바로 밑에 물건 두면 그림자가 밑으로 꾹 눌려서 영상이 좀 답답해짐. 그래서 요 며칠은 컵이나 접시를 등 밑에서 살짝 옆으로 빼고, 반대쪽에 흰 종이나 택배 상자 안쪽 흰 면 세워둠. 그랬더니 그림자 끝이 덜 딱딱함. 생각보다 크네.
휴대폰은 그냥 쓰는 거라 뭐 대단한 설정은 없고, 밝기 자동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게 싫어서 화면 꾹 눌러 고정해놓고 찍음. 노출을 너무 올리면 흰 컵 테두리가 날아가서 조금 어둡게 잡는 편임. 나중에 앱에서 살짝 올리는 게 낫지, 처음부터 하얗게 터지면 복구가 잘 안 됨.
그리고 식탁 유리 있는 집은 진짜 반사 신경 써야 함. 나는 처음에 컵만 보이는 줄 알았는데 확대해보니 내 검은 머리랑 휴대폰이 작게 비쳐 있었음. 그 뒤로 검은 티 하나 걸치거나, 아예 각도를 낮춰서 찍음. 검은 옷이 반사 막는다는 말 봤을 때는 대충 그런가 했는데 진짜 차이 있음.
소리는 또 웃김. 밤에 조용할 때 찍으면 컵 내려놓는 소리나 비닐 소리가 깨끗하게 들어가는데,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도 같이 들어감. 그래서 나는 냉장고 모터 잠잠할 때 잠깐 기다렸다 찍음. 너무 별거 아닌데 영상 돌려보면 그 웅 하는 소리 은근 거슬림. 트로트 틀어놓고 있다가 그대로 찍은 적도 있는데 그건 그냥 버렸음.
배경은 치우는 게 반이더라. 예쁜 천 깔고 이런 것도 해봤는데 주름이 더 신경 쓰여서 요즘은 그냥 회색 행주나 무늬 없는 도마 씀. 특히 빵이나 약과 같은 거 찍을 때는 배경이 조용해야 음식 색이 살아남. 괜히 여러 소품 올리면 내가 봐도 시장통 같음.
요즘 본업 끝나고 알바까지 다녀오면 머리가 좀 멍한데, 이렇게 작은 거 하나씩 바꿔서 다시 찍어보는 건 이상하게 계속 하게 됨. 뭐 큰 장비 없어도 조명에서 한 뼘 빼기, 흰 종이 세우기, 자동 밝기 막기 이 정도만 해도 버리는 컷이 줄긴 함. 아직 수익은 한참 모르겠고 그냥 내 식탁이 스튜디오인 척하는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