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종이 계속 깔고 찍다가 요즘 회색 보드로 바꿨는데 이게 생각보다 편함. 제품 색도 덜 튀고, 흰색 굿즈 찍을 때 배경이 날아가는 일이 좀 줄었음.
나는 집에서 스마트스토어 상세컷이랑 스톡용 소품컷 같이 찍는 편인데, 송도 집 창가가 빛은 괜찮아도 오후만 되면 색이 미묘하게 누래짐. 아 진짜 그거 보정할 때마다 짜증났지. 흰 종이 깔면 처음엔 깨끗해 보이는데 노출 조금만 올려도 모서리 다 날아가고, 그림자 살리면 제품이 칙칙해져서 계속 왔다 갔다 함.
회색 보드는 문구점에서 산 두꺼운 종이보드 같은 건데 가격은 한 장에 몇 천원쯤 했던 듯. 정확히 기억 안 남. 밝은 회색 하나, 진한 회색 하나 사서 벽에 기대고 바닥에도 깔아봤는데 밝은 회색이 제일 무난했음. 흰 컵, 엽서, 키링 같은 거 찍을 때 자동 화밸이 덜 흔들리는 느낌이 있음. 카메라가 흰색을 배경으로 착각해서 전체를 이상하게 끌고 가는 게 좀 덜함.
그거 생각보다 티 나네.
조명은 작은 LED 하나 쓰고 있는데, 바로 앞에서 쏘면 여전히 싸구려 느낌 남. 와 근데 보드를 뒤에 세우고 조명은 옆으로 빼니까 반사가 훨씬 얌전해짐. 예전엔 검은 티셔츠 걸어놓고 반사 막고 그랬는데, 회색 보드는 막는 느낌보다 받아주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반사가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닌데 보정하기 쉬운 쪽으로 남음.
영상도 짧게 찍어봤음. 굿즈 포장하는 손 영상 같은 거. 흰 배경에서는 손 색이 자꾸 붉게 갔다 누렇게 갔다 했는데 회색에서는 덜 튐. 폰으로 찍을 땐 노출 고정하고 화밸 잠그는 게 더 크긴 한데, 배경이 너무 흰색이면 잠가도 미묘하게 불안했음. 에휴, 이런 거 하나 잡자고 시간을 얼마나 쓰는지.
스톡 올리는 사진은 상표나 먼지 같은 거 때문에 어차피 확대해서 한 번 더 봐야 하잖아. 회색 보드 쓰니까 먼지는 오히려 더 보임. 이건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는데 촬영 중에 바로 닦게 되니까 나중에 지우개질 덜 하긴 함. 대신 보드 표면에 찍힌 눌린 자국도 잘 보여서 막 굴리면 금방 못 씀. 나는 한쪽 면은 촬영용으로만 두고, 뒤집어서 받침이나 테스트샷용으로 쓰는 중임.
굿즈 매출이 요즘 들쭉날쭉해서 상세컷 다시 찍어보는 중인데, 장비보다 이런 배경 차이가 더 바로 보일 때가 있네. 미친, 비싼 렌즈 고민하던 시간 좀 아깝다. 물론 회색 보드 하나로 사진이 갑자기 고급져지는 건 아니고, 조명 위치랑 노출 잠그는 게 같이 맞아야 함. 그래도 흰 종이에 계속 스트레스 받는 사람은 한 번 바꿔볼 만한 정도는 되는 듯.
나는 당분간 이걸로 찍을 거 같음. 배경 고르는 시간이 줄어든 게 제일 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