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날에 그냥 몸 좀 움직이고 하루 돈 받는 거 찾다가 오전 재고 알바 갔다 왔음. 천안 쪽이고 집에서 버스 한 번 갈아타는 데라 아주 편한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병원 근무처럼 사람 말 계속 듣는 일은 아니겠지 싶어서 넣었지.
시간은 아침 8시쯤부터 점심 살짝 넘어서까지였고, 하는 건 매장 뒤쪽 물건 빼서 진열하고 유통기한 보고 박스 정리하는 거였음. 공고에는 재고 보조라고 써 있어서 좀 얌전한 일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니까 손이 계속 감. 물건 무게가 아주 큰 건 아닌데 같은 동작을 계속 하니까 손목이 은근히 오더라. 나 클라이밍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손가락은 좀 버틸 줄 알았는데 이거랑은 또 다름 ㅎㅎ
직원분이 처음에 위치 알려주고 “이쪽은 이렇게만 맞춰주세요” 하는 식이라 어렵진 않았음. 근데 물건 이름이 비슷비슷해서 처음엔 자꾸 멈칫함. 같은 맛인데 용량 다르고, 행사 붙은 거랑 안 붙은 거 따로 있고. 이런 거 대충 보면 나중에 다시 빼야 하니까 천천히 보는 게 낫더라. 한 번만 말하겠음, 빨리 하려다가 두 번 함.
점심은 따로 안 줬고 쉬는 시간에 근처 카페에서 뜨거운 아메리카노 작은 거 하나 마셨음. 한 5천원쯤이었던 듯. 요즘 커피값도 생각보다 크네. 시급은 앱에서 본 그대로였는데, 수당 같은 건 내가 정확히 계산을 안 해서 말하기 애매함. 지난주에 봤을 땐 그냥 기본 시급 느낌이었고 당일 지급은 아니었음.
좋았던 건 사람 상대하는 스트레스가 덜했다는 거. 본업이 의료 쪽이다 보니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할 때가 많잖아. 여긴 물건 보고 맞추고, 박스 접고, 자리 맞추면 되니까 머리는 조금 쉬는 느낌 있었음. 물론 몸은 안 쉼. 허리 숙였다 폈다 계속 하니까 끝나고 집 와서 바로 누웠음.
아쉬운 건 공고만 보고는 일 강도가 잘 안 보인다는 거지. “간단 진열”이라고 써도 매장 상태 따라 다르고, 물건 들어온 날이면 그냥 계속 움직이는 거임. 그럴 수 있음. 알바라는 게 다 그렇긴 한데, 오전 짧은 시간이라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되겠더라. 특히 나처럼 본업 쉬는 날에 끼워 넣는 사람은 다음날 근무까지 생각해야 함. 돈 몇 만원 벌자고 몸이 너무 깨지면 좀 그렇잖아.
그래도 나는 완전 별로까진 아니었음. 말 많은 손님 상대 없고, 혼자 묵묵히 하는 거 괜찮은 사람은 할 만함. 대신 장갑 챙기면 좋고, 편한 신발은 꼭 신는 게 맞음. 나는 괜히 얇은 신발 신고 갔다가 발바닥이 먼저 말 걸었음. 다음에 또 뜨면 갈지는 모르겠는데, 이직 준비하면서 비는 날 생기면 한두 번은 더 볼 수도 있겠다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