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너무 일찍 줬나 싶음.
지난주에 저녁 알바 끝나고 집 와서, 온라인으로 짧게 과외 비슷한 걸 하나 해봤거든. 공시 준비하면서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만 국어 문법 쪽 봐주는 거라 거창한 강의는 아니고, 그냥 40분짜리 맛보기 수업 같은 거였음. 가격도 낮게 잡았고. 와 근데 막상 해보니까 수업보다 자료 준비가 더 오래 걸리더라.
처음엔 그냥 화면 공유하면서 설명하면 되겠지 했는데, 손주 재워놓고 밤에 앉아서 만들다 보니까 욕심이 생김. 예문도 좀 바꾸고, 빈칸도 넣고, 마지막에 혼자 풀 문제도 넣고. 그렇게 하다 보니 새벽 한 시 넘었음. 아 진짜 내가 이걸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 싶었는데, 또 막상 깔끔하게 한 장 나오면 기분은 좋더라.
수업은 줌으로 했고, 학생은 대학생은 아니고 직장 다니면서 시험 준비하는 분이었음. 처음 10분은 서로 어색해서 그냥 문제 몇 개 같이 보고, 중간부터는 생각보다 잘 따라와서 괜찮았음. 근데 내가 수업 전에 자료를 PDF로 미리 보내줬단 말이야. 한 시간 전쯤. 편하게 보라고.
여기서 좀 애매했던 게, 수업 시작하자마자 그분이 이미 답을 거의 다 적어놨더라고. 물론 열심히 해온 거니까 좋은 건데, 내가 의도한 흐름이랑 조금 달라졌음. 원래는 같이 틀리면서 왜 헷갈리는지 보려고 했거든. 근데 이미 혼자 한 번 다 풀어오니까 설명이 살짝 해설 강의처럼 흘러감. 나도 당황해서 중간에 “이건 제가 바로 설명하기보다 한번 말로 풀어보실래요” 이런 식으로 돌렸는데, 초보 티 났을 듯.
다음 날 생각해보니까 자료를 두 개로 나누는 게 낫겠더라. 하나는 수업 전에 주는 아주 짧은 예고용, 하나는 수업 중에 여는 본자료. 구글 드라이브 링크로 걸어두고 권한만 수업 직전에 풀면 되나 싶기도 하고. 지난주에 봤을 땐 그런 기능이 별로 어렵진 않았던 거 같은데, 내가 또 권한 설정 잘못해서 안 열리면 그게 더 민망하잖아.
한 장짜리라도 순서를 숨기는 게 중요하네.
그리고 이건 좀 별거 아닌데, 화면 공유할 때 내 바탕화면이 너무 생활감 있어서 당황했음. 캡처 파일 이름이랑 장보기 메모 같은 게 보이면 괜히 없어 보이더라. 그래서 다음엔 크롬 창 하나만 공유하고, 자료는 탭에 미리 띄워두려고 함. 수업 전에 물 한 컵이랑 충전기도 옆에 두고. 40분인데 목이 은근 마름.
녹화는 아직 안 했음. 괜히 부담스러워할까 봐. 근데 내가 설명을 어떻게 했는지 다시 보고 싶긴 해서, 내 목소리만 따로 녹음해볼까 생각 중임. 이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상대방 동의 받고 하면 문제는 없겠지만, 처음부터 녹화 얘기 꺼내면 너무 강의 판매자처럼 보일까 봐 좀 망설여짐.
다들 자료를 언제 보내는 편임? 미리 다 주는 게 신뢰감 있어 보이나, 아니면 수업 중에 조금씩 푸는 게 나은가. 나는 괜히 열심히 준비한 거 보여주고 싶어서 먼저 보냈는데, 수업 흐름 생각하면 그게 꼭 좋은 건 아닌 거 같음. 다음 번엔 앞장만 보내고 나머지는 같이 열어볼까 싶은데, 이러면 또 너무 아끼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애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