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강의는 처음엔 그냥 1시간짜리로 한 번에 팔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몇 번 해보니까 준비 시간이 생각보다 더 잡아먹힘. 수업 자체보다 앞뒤로 붙는 게 많네. 신청자한테 안내 보내고, 줌 링크 만들고, 자료 파일 다시 확인하고, 끝나고 질문 온 거 답하고. 이게 한 명이면 괜찮은데 셋만 돼도 퇴근하고 배달 몇 콜 돌리는 것보다 머리가 더 피곤한 날 있음.
나는 원래 회사 일 끝나고 저녁에 배달대행 좀 굴리다가, 비 오는 날이나 몸 애매한 날엔 온라인으로 소소하게 강의 열어보는 식으로 시작했음. 대단한 전문 강사 이런 건 아니고, 그냥 회사에서 하던 엑셀 정리랑 간단한 업무 자동화 쪽. 주변에서 알려달라는 말이 몇 번 있어서 테스트로 해본 건데, 이게 의외로 수요가 있긴 하더라. 돈이 막 크게 되는 건 아닌데 묘하게 쌓임.
근데 가격 잡는 게 제일 애매했음. 너무 싸게 잡으면 신청은 편하게 들어오는데 내가 자료 만들다가 현타 오고, 너무 올리면 아직 이름도 없는 사람이 뭘 믿고 듣나 싶고. 그래서 처음엔 한 시간 기준으로 치킨 한 마리보다 조금 낮게 잡았다가, 지금은 자료 포함이면 좀 더 받는 식으로 바꿨음. 정확한 금액은 플랫폼마다 수수료도 다르고 요즘 계속 손보고 있어서 뭐라 말하기 애매함. 지난주에 봤을 땐 어떤 데는 수수료가 생각보다 꽤 붙는 느낌이었는데, 지금도 그대로인지는 모르겠네.
자료를 미리 주는 것도 고민됨.
미리 주면 듣는 사람이 예습해서 질문이 괜찮아지는 장점이 있는데, 신청만 하고 자료만 받아가는 느낌도 가끔 있음. 물론 그 사람 입장에선 돈 냈으니 당연한 거긴 한데, 강의 자료라는 게 막 대단한 책은 아니어도 퇴근하고 새벽에 만진 거라 괜히 아까운 마음이 생김. 그래서 요즘은 완성본을 통째로 주기보다 빈칸 있는 버전 먼저 주고, 끝나고 예제 파일이랑 답안 파일을 따로 주는 식으로 해봄. 이게 나한텐 제일 덜 찝찝했음.
녹화는 아직도 어렵다. 녹화본 주면 만족도는 올라가는데, 그 순간부터 내가 말실수한 것도 다 남고 파일 관리도 일이 됨. 그리고 녹화본만 보고 끝낼 거면 실시간 강의 의미가 좀 줄어드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은 녹화 제공한다고 크게 말 안 하고, 필요한 사람 있으면 며칠만 볼 수 있게 따로 공유하는 쪽으로 하고 있음. 완전 깔끔한 방식은 아닌데 내 체력선에선 이 정도.
시간대는 평일 밤 9시 이후가 그나마 낫긴 함. 8시는 퇴근 늦은 사람들 계속 밀리고, 10시는 내가 말이 꼬임. 영등포 쪽 집 들어와서 씻고 커피 하나 들고 앉으면 9시쯤이 딱인데, 그때부터 90분 넘기면 다음날 회사에서 눈이 풀림. 보드게임 모임도 그렇고 온라인 강의도 그렇고, 결국 사람 모이는 일은 시간 맞추는 게 반인 듯.
좋았던 건 내가 아는 걸 말로 풀다 보니 내 업무 습관도 다시 보인다는 거. 그냥 손에 익어서 하던 걸 왜 이렇게 하는지 설명하려면 생각보다 정리가 필요함. 첫 수업 때는 예제 파일 하나 열어놓고 “여기서 이렇게 하면 됨” 수준으로 갔다가 중간에 질문 받고 바로 막혔음. 그 뒤로는 순서를 조금 더 잘게 쪼갬. 클릭 위치까지 적진 않아도, 어느 화면에서 왜 이걸 누르는지는 써놔야 덜 헤맴.
아쉬운 건 홍보가 결국 제일 피곤하다는 거임. 강의 준비보다 제목 쓰고 소개문 쓰는 게 더 안 맞음. 너무 광고처럼 쓰면 내가 봐도 별로고, 너무 담백하게 쓰면 아무도 안 누름. 그래서 요즘은 그냥 내가 예전에 몰라서 삽질했던 상황을 앞에 적는 식으로 바꿨음. “보고서 취합할 때 파일명 때문에 꼬이는 경우” 이런 식. 이상하게 그런 게 더 반응이 나음. 사람들 다 비슷한 데서 막히나 봄.
수익은 아직 본업을 밀어낼 정도는 아닌데, 배달 부업이랑 합치면 월급 옆구리를 좀 건드리는 느낌까지는 왔음. 그래서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함. 이걸 더 키워야 하나, 아니면 그냥 무리 안 가는 선에서만 해야 하나. 회사 책상에 앉아 있다가도 밤 강의 자료 생각나고, 배달 콜 기다리면서도 다음 예제 뭐 만들지 떠오르고.
일단 짧은 강의는 처음부터 크게 벌 생각보다, 같은 주제를 세 번 돌려보는 게 더 현실적인 거 같음. 한 번 만들고 끝내면 손해 보는 느낌인데, 같은 자료를 조금씩 고쳐서 세 번 정도 해보면 어디서 사람들이 막히는지 보임. 그때부터는 준비 시간이 확 줄어듦. 나도 아직 실험 중이라 뭐가 맞다 말하긴 그런데, 최소한 첫 강의 하나로 판단하면 좀 억울함. 첫 판은 원래 삐걱대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