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쯤 마곡 쪽 지나가다 작은 공연 하는 걸 잠깐 봤는데, 노래도 노래지만 옆에 세워둔 안내문이 더 눈에 들어왔음. 예전엔 이런 거 보면 그냥 공연명 크게 쓰고 시간 적고 끝이었는데 요즘은 QR 하나 붙여놓고 후원, 음원, 다음 공연 소식까지 다 연결해두는 분위기인가 봄.
근데 웃긴 게 안내문이 너무 친절하면 오히려 안 읽게 되는 느낌이 있네. 뭐라고 해야 하나, 설명이 길면 영업자료 같아져서 사람들이 눈길을 뚝 끊는 듯. 나도 영업 오래 해서 그런가 이런 종이 문구 보면 괜히 직업병처럼 보는데, 사람은 길면 안 읽음. 내가 써도 안 읽음. 그럴 수 있음.
그날 본 건 문구가 되게 짧았음. “노래가 괜찮았다면 여기로” 이런 식이었나 정확히는 기억 안 나는데, 아무튼 부탁하는 말이 길지 않았고 QR 밑에 작은 글씨로 인스타인지 공연 소식인지 적혀 있었음. 후원이라고 대놓고 크게 쓰진 않았던 것 같고, 그래서 덜 부담스럽게 보였나 싶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갑 열라는 말보다 그냥 연결 통로 하나 있는 정도가 편하긴 하지.
버스킹이나 소규모 공연하는 분들 보면 수익화가 참 애매한 구간인 듯. 공연 자체는 무료로 열려 있는데 준비한 시간이나 장비나 이동비는 다 들어가고, 그렇다고 앞에 모금함 크게 두면 또 분위기가 달라지고. QR은 그 중간쯤이라 괜찮은데, 이게 또 문구 하나 차이로 느낌이 확 바뀜. “후원 부탁드립니다”는 너무 똑바르고, “커피 한 잔 보태주세요”는 귀엽긴 한데 사람 따라 가볍게 느낄 수도 있고, “다음 공연에 보탬이 됩니다” 정도는 무난한데 조금 공지문 같고.
나도 이쪽 봄. 보험이든 상담이든 결국 처음 문장 하나가 사람 발을 붙잡냐 마냐라서, 공연 안내문도 비슷하네 싶었음. 너무 팔려고 하면 밀리고, 너무 숨기면 뭔지 몰라서 지나가고. 중간 잡는 게 제일 어려움.
또 하나 본 건 QR 위치가 생각보다 중요하더라. 무릎 높이쯤 있으면 잘 안 보이고, 사람 시선보다 살짝 낮은 정도가 낫나 봄. 바람 불어서 안내판 흔들리면 스캔하기도 귀찮고. 별거 아닌데 그런 데서 차이 나는 것 같음. 나 같아도 폰 꺼냈는데 초점 못 잡으면 그냥 넣고 감. 특히 지하철역 앞이나 카페 앞처럼 사람들이 흐르는 곳은 더 그렇고.
문구는 짧고, QR은 크게, 연결되는 화면은 복잡하지 않게. 이 정도만 되어도 꽤 다르게 보이는 듯. 물론 내가 공연하는 사람은 아니라 바깥에서 본 느낌뿐이지만, 요즘 작은 공연들은 음악보다 주변 장치가 점점 세밀해지는구나 싶었음. 노래 끝나고 박수 치는 사이에 누가 폰 들고 QR 찍는 장면이 좀 자연스러워진 것도 신기하고.
예전 같으면 모금함 앞에 지폐 접어 넣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는데 이제는 화면으로 슥 넘어가네. 편해진 건 맞는데, 너무 앱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도 있고. 그래도 창작하는 사람이 다음 무대를 이어가려면 이런 방식이 필요하긴 하겠지 뭐. 그냥 지나가다 본 공연 하나에도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는 거 보면 나도 요즘 마케팅 막힌 게 머리에 꽤 남아 있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