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분당 쪽 산책로 한 바퀴 돌다가 작은 공연 하나 봤음. 원래는 그냥 걷고 들어가려 했는데, 멀리서 기타 소리가 들리더라. 발이 괜히 한 번 더 느려짐. 이런 날은 괜히 지나치기 아깝잖아.
무대라고 하기엔 좀 민망하고, 지나가다 잠깐 멈춰 볼 수 있는 자리였는데도 사람들 시선이 딱 모이더라. 마이크 소리도 너무 크지 않고, 노래도 과하게 꾸미지 않아서 더 듣기 편했음. 뭔가 힘주지 않은 느낌이 좋았네. 나도 나이 먹으니까 그런 쪽이 더 오래 남는 듯함.
옆에 있던 분이 잠깐 박수치고는 "이 노래 익숙하다" 하길래 나도 슬쩍 따라 웃었음. 공연이 거창하지 않아도 그런 순간 하나 있으면 괜히 기분이 풀리더라. 바람도 살짝 불고, 지나가는 사람들 발소리랑 노래가 섞이는데 이상하게 분위기가 괜찮았음. 집에 바로 들어가려던 마음이 좀 느슨해졌지.
예전엔 공연이면 무조건 자리 잡고, 시간 맞춰 가고, 그렇게 준비해야 보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이런 식으로 마주치는 것도 괜찮네. 짧게 보고 지나가는 자리인데도 기억에 남는 게 있더라. 큰 무대는 큰 무대대로 좋고, 이런 작은 공연은 또 이런 맛이 있음.
집에 와서도 한참 귀가 좀 멍한 느낌이 남아 있었음. 근처에서 이런 소리 들리면 괜히 발걸음 멈추게 되네. 별거 아닌 저녁인데, 이상하게 하루 끝이 덜 허전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