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배달 한 타임 돌고 들어오는 길에 그냥 자리 열어둔 게 시작이었음. 원래는 낮에 비는 자리라 아깝다 생각만 했지, 막상 누가 쓰면 신경 쓰일 거 같아서 계속 안 올렸거든. 올해는 뭐든 부지런히 굴려보자 해놓고 벌써 반쯤 포기 모드라, 이것도 그냥 한번 해본 셈이지 뭐.
그날 11시 좀 넘어서 앱 켜고 시간은 12시부터 3시까지로만 잡아놨음. 가격은 근처 보니까 한 몇천원 선이길래 나도 그 언저리로. 정확히 얼마였는지는 지금도 헷갈림. 4천원대였나 5천원쯤이었나.
한 20분 지나니까 바로 예약이 들어왔네. 근처 사무실 쪽 온 사람 같았음. 차종 보니 SUV라 살짝 걸리긴 했는데 우리 자리 폭이 그렇게 좁진 않아서 그냥 둠. 근데 막상 도착했다는 알림 뜨고 사진을 보니까 차가 너무 왼쪽으로 붙어 있더라. 옆 기둥하고 거리가 애매한 듯?
나도 배달 가방 내려놓고 다시 나가봄. 쿨한 척했는데 발걸음 빨라짐. 괜히 문콕 나면 서로 피곤하니까.
가보니 운전자는 차 안에 있었고, 나랑 눈 마주치니까 자기도 좀 불안했는지 다시 넣겠다고 함. 말 섞는 거 싫어하는 편인데 이럴 땐 바로 보는 게 낫긴 하네. 사진만 믿고 넘어가면 나중에 더 찝찝함. 기둥 쪽 말고 오른쪽 선 기준으로 맞추면 된다고 대충 손짓했더니 다시 넣고 끝. 별일은 아니었음.
그 뒤로 2시 반쯤 빠져나갔고 자리 상태도 괜찮았음. 바닥에 커피 같은 것도 없고, 차 뺀 사진도 남아 있어서 그건 편하더라. 낮 자리만 열면 생각보다 사람도 바로 들어오긴 하는구나 싶었음. 관악 쪽은 골목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점심 시간대는 진짜 잠깐 세울 데 찾는 차가 있는 모양임.
다만 시간은 너무 길게 열면 내가 더 신경 쓰일 듯? 나도 행사 스태프 잡히면 중간에 못 보니까 그냥 내가 동네에 있을 때만 여는 게 맞는 거 같음. 괜히 욕심내서 하루 종일 열었다가 문제 생기면 돈 몇천원에 머리 아픈 거지 뭐.
다음엔 사진 확인을 바로 알림 뜰 때 보고, 차 큰 거 들어오면 메시지라도 짧게 남겨둘까 함. “기둥 쪽 조금 여유 두고 대면 됨” 이런 식으로. 말이 길면 또 이상하고, 너무 안 말하면 불안하고.
이게 은근 성격 타는 일인 듯? 자리 비는 거 아까운 마음이랑 누가 내 공간 쓰는 찝찝함이 같이 옴. 그래도 첫날 치고는 조용히 끝났네. 내 목표 거창한 건 또 접히고 있는데 이런 잔잔한 건 굴러가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