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비는 자리 그냥 두는 거 아깝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시간 조금 쪼개서 내놔보니까 생각보다 마음이 덜 쓰이네.
처음엔 주차 자리 빌려주는 게 뭐 별건가 싶었음. 그냥 빈 시간 적어두고 누가 쓰면 끝 아닌가? 근데 막상 해보니까 그게 또 아니네 뭐. 출차 시간 애매하면 내가 괜히 신경 쓰이고, 늦게 나가면 다음 사람 들어오는 거 꼬일까 봐 머릿속으로 계속 계산하게 됨. 영업 다니면서 시간 맞추는 거 나름 익숙한데도 내 자리 하나 빌려주는 건 또 결이 다르더라.
지난주쯤 평일 낮 시간만 한번 올려봤거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정도로. 원래 그 시간엔 차를 밖에 두는 날이 많아서 그냥 공중에 날아가는 자리였는데, 막상 누가 쓴다고 하니까 좀 뿌듯함. 이런 걸로 뿌듯해도 되나 싶긴 한데 됨.
가격은 뭐 크게 욕심 안 냈음. 주변에 비슷한 데 보니까 시간당 한 5천원쯤이었던 듯한데, 정확히는 모르겠고 그냥 부담 없게 잡았음. 괜히 천원 이천원 더 받으려다가 연락 오가는 거 길어지는 게 더 피곤할 거 같아서. 돈도 돈인데, 정해진 시간에 조용히 쓰고 나가주는 사람이 제일 좋더라. 이게 맞나? 맞는 듯.
한 번은 근처 사무실 다니는 사람이 점심 전부터 오후까지 쓴다고 해서 받았는데, 그날 이상하게 기분 좋았음. 자리도 안 놀고, 나는 밖에서 미팅 돌고, 끝나고 보니까 차도 잘 빠져 있고. 뭔가 소액 주식 빨간불 살짝 뜬 느낌이랑 비슷함. 큰돈은 아닌데 쓸데없이 하루가 괜찮아지는 그런 거.
다만 시간은 좀 넉넉하게 적는 게 나은 듯함. 내가 5시에 들어올 생각이면 4시 반까지만 받는 식으로. 10분 20분 밀리는 거 별일 아닌데 그게 내 일정이랑 겹치면 갑자기 급해짐. 차 빼달라고 연락하는 것도 은근 싫고. 서로 민망하잖아. 그래서 요즘은 내가 진짜 안 쓰는 시간보다 앞뒤로 조금 더 비워서 올림. 수익은 덜 나도 마음이 편함.
사진도 대충 찍으면 안 되겠더라. 처음엔 입구만 찍어놨는데, 들어오는 방향이 헷갈렸는지 연락이 왔음. 지하 내려가는 길인지, 기둥 번호가 어딘지, 이거 설명하다가 내가 왜 부동산 중개인처럼 말하고 있지 싶었음. 그래서 나중엔 기둥 번호 보이게 한 장, 차 세웠을 때 대충 어느 폭인지 보이게 한 장 더 올렸는데 그 뒤로는 문의가 좀 짧아짐. 이게 은근 편함.
야간은 아직 좀 망설여짐. 낮에는 내가 밖에 있으니까 오히려 쿨한데, 밤에는 집에 있으면서 괜히 소리 들리면 내 자리인가 싶을 거 같고. 이런 거 나만 그런가. 낮 자리만 굴려도 생각보다 재미는 있어서 일단은 평일 위주로만 해볼 생각임.
성동 쪽은 낮에 잠깐 일 보러 오는 차가 꽤 있는 편이라 그런지, 너무 길게 안 잡아도 수요가 아예 없진 않은 느낌. 물론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냥 빈 시간에 커피값 정도 생기면 됐다 모드라서 그런가 부담이 덜함. 괜히 크게 벌어보겠다고 하면 이것도 일이 될 거 같고, 이미 일이 많은데 또 일을 만드는 건 좀...
그래도 빈자리 놀리는 사람 있으면 한 번 시간 쪼개서 올려보는 건 꽤 괜찮은 듯. 생각보다 별일 없고, 생각보다 신경 쓸 건 있고, 생각보다 기분은 좋음. 이 애매한 느낌이 딱 맞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