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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날짜 말고 덩어리로 봄

지갑얇음Lv.12026년 5월 20일조회 16추천 0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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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 회사 들어가고 나서 머리가 좀 복잡했음. 월급날도 예전이랑 다르고, 퇴근하고 배달대행 돌리는 것도 정산 들어오는 날이 묘하게 제각각이라 처음엔 통장만 열어보다가 기분이 같이 출렁이더라.

근데 지난주부터 방식 하나 바꿨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적어봄.

나는 입금 날짜를 안 보려고 함. 아예 안 보는 건 아니고, 돈 들어온 날마다 “오 돈 들어왔다” 하고 쓰는 게 아니라 일주일 단위로 덩어리만 봄. 월요일 밤에 한 번, 금요일 밤에 한 번. 딱 그때만 부업 돈 얼마 들어왔고, 기름값이랑 밥값 얼마나 빠졌는지 봄.

이게 별거 아닌데 기분이 좀 덜 흔들림.

전에는 배달 몇 건 하고 나면 바로 앱 보고, 정산 예정 보고, 통장 보고 그랬음. 일산 쪽은 비 오는 날 괜히 더 움직이게 되니까 하루 벌이가 달라지잖아. 어떤 날은 기름값 빼면 뭐 남았나 싶고, 어떤 날은 생각보다 괜찮아서 바로 뭐 사먹고 싶고. 사람 마음이 참 얇음. 닉값함...

지금은 부업 통장에 돈 들어오면 일단 안 건드림. 주유비랑 소소한 정비비 빼는 카드만 따로 연결해두고, 나머지는 금요일 밤에 한 번만 봄. 그때 이번 주에 실제로 남은 돈을 대충 세 칸으로 나눔. 생활비 보탬, 다음 달 세금이나 보험 같은 거 대비, 그냥 안 쓰는 돈. 이름은 거창한데 그냥 은행 앱에서 통장 세 개처럼 보이게 해둔 정도임. 기능 이름은 은행마다 다를 거고 나도 정확히는 모름. 비슷한 거 있으면 됨.

웃긴 게 이렇게 해두니까 “오늘 얼마 벌었냐”보다 “이번 주에 망하진 않았네”가 먼저 보임. 그 차이가 큼.

새 직장 적응하면서 점심값도 애매하게 늘었거든. 구내식당 없는 곳이라 근처 백반 먹으면 한 9천원쯤 나가고, 커피까지 마시면 또 슬쩍 빠짐. 예전엔 이런 거랑 배달 수입이 한 통장에 섞여서 내가 번 건지 쓴 건지 감이 없었음. 지금은 적어도 부업 돈이 회사 생활 구멍 메우는 데 다 녹아버리는 느낌은 덜함.

세금 쪽은 나도 잘 몰라서 단정은 못 함. 그냥 부업 돈 들어온다고 다 내 돈처럼 보지 않으려고 일부는 안 보이는 쪽으로 빼둠. 나중에 뭐 낼 일 생기면 그때 덜 놀라려고. 이직 직후라 연말정산이니 종소세니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픈데, 그래도 빈 통장 보는 것보단 낫지 싶음.

라디오 틀어놓고 밤에 장부 비슷하게 적는데, 종이에 쓰는 건 또 귀찮아서 휴대폰 메모에 날짜랑 숫자만 남김. 예쁘게 쓰려다가 망함. 그냥 “5월 셋째 주 부업 남은 거 얼마” 이 정도.

이거 하고 나니까 배달을 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도 조금 보임. 예전엔 피곤해도 불안해서 무조건 나갔는데, 이번 주 덩어리 봤을 때 이미 기름값 빼고 어느 정도 남았으면 하루쯤은 그냥 들어옴. 새 회사 적응도 해야 하니까 몸 갈리면 답 없음.

돈 많이 버는 방법은 아니고, 그냥 덜 휘둘리는 방법에 가까운 듯. 근데 나처럼 월급이랑 부업 돈 섞여서 정신없는 사람은 날짜별로 쫓아다니지 말고 며칠 묶어서 보는 거 한번 해볼 만함. 생각보다 마음이 조용해짐. 이게 뭐라고 좀 들뜸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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