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또 유튜브 틀어놓고 견적서 만지다가 트로트 한 곡 끝날 때까지 첫 문장만 보고 있었음. 이게 뭐라고 이렇게 오래 걸리나 싶지. 근데 또 한 줄 바꾸면 문의 답장이 달라지는 거 같아서 손이 감.
요즘은 출장 부업 쪽으로 크몽이랑 프리모아 둘 다 보는데, 이상하게 작업 내용보다 이동 얘기를 안 쓰면 나중에 말이 꼬이더라. 대구 안에서도 달서구에서 수성구 넘어가면 시간 잡아먹는 거 은근 큼. 현장 가보면 배관 위치 하나 확인하려고 간 건데 주차하고 올라가고 내려오고 하다 보면 반나절이 훅 감. 아오.
그래서 견적 넣을 때 예전엔 그냥 “방문 후 확인 가능” 이런 식으로 짧게 썼는데, 요즘은 “작업 시간 말고 이동이랑 현장 확인 시간이 따로 잡힐 수 있음” 정도로 적어둠. 말이 너무 딱딱한가? 싶었는데 오히려 그게 나은 거 같음. 왜냐면 상대도 처음부터 대충 감을 잡는 느낌임.
견적에 돈 얘기만 있으면 뭔가 내가 비싸게 부르는 사람처럼 보이나 싶고, 반대로 너무 친절하게 길게 쓰면 또 읽다 말 거 같고. 그래서 나는 첫 부분에 작업 범위, 그 다음에 현장 변수, 마지막쯤에 가능한 시간대만 적음. 가능한 시간대도 막 “언제든 가능” 이런 말 안 함. 진짜 언제든 되는 것도 아니고, 본업 끝나고 움직이면 저녁이나 주말 위주라서 그냥 그렇게 써둠.
지난주쯤엔 한 분이 사진 세 장 보내고 바로 얼마냐고 물어봤는데, 그 사진만 보면 쉬워 보여도 실제로는 벽 안쪽 배관이 어찌 돼 있는지 모르는 거잖음. 그래서 “사진 기준으로는 이 정도인데, 현장 확인 후 달라질 수 있음” 이렇게 보냈음. 답장 안 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간 맞춰보자고 하더네. 한 번만 씀.
생각해보면 사람들도 싼 거만 찾는 건 아닌가 봄. 괜히 나중에 추가비 얘기 나오는 걸 더 싫어하는 듯함. 나도 퀵이랑 화물 단가 비교할 때 처음엔 싼 데만 보다가, 막상 시간 밀리고 연락 늦으면 그냥 몇천 원 더 줘도 속 편한 데 찾게 되거든. 비슷한 거지 뭐.
견적서에 내 생활 리듬까지 줄줄 쓰는 건 좀 아닌데, 최소한 내가 언제 움직일 수 있고 뭐는 현장에서 봐야 하는지 정도는 적어야 서로 덜 피곤함. 특히 기능 쪽은 사진이 다 말해주는 게 아니라서 더 그런 듯. 전기든 배관이든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열어보면 진짜 미친 경우 있음.
나만 그런가 싶었는데 게시판 글들 보니 다들 비슷하게 문장 하나씩 고치고 있네. 견적이 기술보다 어려운 날도 있음. 에휴, 오늘도 퇴근하고 하나 답장해야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