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공고 하나 보고 며칠 고민했음. 집에서 버스로 애매하게 20분쯤 걸리는 자리인데 시급은 그냥 무난하고, 시간대가 새벽 1시부터 7시라 좀 끌리긴 했거든. 낮에는 번역 마감도 있고 인스타 마켓 주문 답장도 봐야 해서, 차라리 새벽에 몸 쓰고 낮에 자잘한 일 처리하면 되나 싶고.
근데 또 야간은 겁이 나지 뭐. 나이 먹고 새벽에 낯선 매장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물류 많은 데 걸리면 허리부터 나갈까 봐. 에휴 요즘 광고비도 계속 먹어서 뭐라도 고정으로 조금 벌어야 하나 싶다가도, 괜히 몸 망치면 그게 더 손해 아닌가 싶고.
그래서 그냥 지원 누르기 전에 그 편의점을 밤에 한번 가봤음. 괜히 손님인 척 들어가서 커피 하나 사고 매장 좀 봄. 이게 은근 도움이 되네.
일단 입구에서 계산대까지 동선이 막혀 있나 봤고, 냉장고 쪽 박스 쌓인 거 보니까 물류가 어느 정도 오는지 대충 감이 오더라. 정확한 건 아니지만 박스가 통로에 너무 오래 깔려 있으면 혼자 치우기 빡센 곳일 수도 있잖아. 근데 여기는 뒤쪽 창고 문이 바로 붙어 있고 통로가 넓은 편이라 조금 마음이 놓였음.
또 하나 본 게 손님층. 새벽 12시 넘어서 갔는데 술 취한 사람보다는 근처 오피스텔 사는 사람들처럼 조용히 삼김이랑 물 사가는 느낌이 많았음. 물론 하루 보고 뭘 다 알겠냐만, 그래도 매장 분위기라는 게 있긴 하네. 아오 이걸 왜 이제야 해봤나 싶었음.
사장님인지 점장인지 모르겠는데 알바분이랑 말투도 살짝 들었음. 막 소리 지르는 분위기는 아니고 그냥 짧게 짧게 말하는 쪽. 이런 것도 은근 중요함. 편의점은 매뉴얼보다 사람 피곤하게 하는 게 더 오래 남으니까.
그리고 계산하면서 “새벽에 물류 많이 들어와요?” 하고 그냥 손님 말투로 물어봤는데, 알바분이 요일마다 다른데 주말 전날이 좀 많다고만 말해줌. 그 정도면 면접 때 물어볼 말이 생기더라. 괜히 공고만 보고 “물류 많나요?” 하면 애매한데, “금요일 새벽 쪽은 물류가 좀 있는 편인가요” 이렇게 물어보면 덜 뜬구름 같을 듯.
나 원래 이런 거 귀찮아서 공고만 보고 망설이다가 마감 놓치는 편인데, 이번엔 밤에 한번 들러보니까 이상하게 결정이 빨라졌음. 지원은 해보려고. 안 되면 말고.
쿠팡 로켓 주문도 거의 매주 하면서 배송 동선은 그렇게 따지면서, 정작 내가 일할 매장 동선은 안 봤다는 게 좀 웃김 (남 일 보듯 살았네). 광고비 생각하면 한 달에 몇 번 새벽 뛰는 것도 나쁘진 않은데, 무리하면 바로 티 나는 나이라 그게 문제지 뭐.
면접 잡히면 시간표랑 물류 요일, 혼자 근무인지, 폐기 처리 어떻게 하는지만 물어볼 생각임. 너무 캐묻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전엔 망설였는데, 이제는 그냥 물어봐야겠음. 서로 안 맞으면 초반에 아는 게 낫지. 그래도 오늘은 좀 발견한 기분이라 살짝 들뜸. 편의점 공고 볼 때 지도만 보지 말고 밤에 한번 들어가 보는 거, 생각보다 괜찮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