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능마켓 쪽으로 자잘한 일 받을 때 제일 잘한 거 하나가 작업 시작 전에 화면 남겨두는 거였음.
예전엔 그냥 채팅으로 대충 얘기 맞고 바로 했는데, 이게 말이 바뀐다기보다 서로 기억하는 게 조금씩 다르더라. 나는 배너 2장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상대는 사이즈별로 2세트 느낌으로 말한 거고, 나는 원본 파일까지는 별도라 봤는데 상대는 당연히 포함이라 생각하고 있고. 이런 거 한 번 걸리면 돈도 돈인데 기분이 진짜 애매해짐. 큰 싸움은 아닌데 마음이 식는 그런 거.
그래서 요즘은 시작 전에 채팅방 캡처랑 내가 이해한 작업 범위를 메모앱에 짧게 적어둠. 막 계약서처럼 거창한 거 말고 “썸네일 3장, 문구 제공받음, 1차 시안 후 문구 수정 1회, 이미지 교체는 별도” 이런 식. 이걸 상대방한테 보내면서 “이대로 잡고 시작할게” 정도로만 말함. 이상하게 이 한 문장 보내면 나도 정리가 되고 상대도 그때 바로 고쳐 말해줌.
이게 은근 기분 좋았던 게, 수정 얘기 나올 때 덜 떨림. 예전에는 “아 이거 내가 괜히 빡빡하게 구나” 싶어서 그냥 해주고 말았는데, 이제는 처음에 잡아둔 게 있으니까 “이건 새로 잡아야 할 듯” 말하기가 좀 쉬움. 말투도 세게 안 나가도 되고. 그냥 처음에 적어둔 기준이 있으니까 내 말이 아니라 그때 정한 얘기처럼 됨.
특히 작은 금액일수록 이거 해야 되는 거 같음. 3만 원, 5만 원짜리 일에서 수정 두세 번 밀리면 남는 게 거의 없네 뭐. 해운대 쪽 카페에서 오전에 한 시간 잡고 끝내려던 일이 오후까지 늘어지면 그날 다른 일도 다 꼬이고, 괜히 유튜브 영상 편집하려던 것도 밀림. 요즘 구독자도 안 늘어서 방향 고민 중인데 이런 데서 시간 새면 좀 허무함 ㅋㅋ
그리고 파일 보낼 때도 마지막에 “최종본”만 보내지 않고 날짜 붙여서 보냄. 대단한 건 아닌데 “0519_썸네일_최종” 이런 식으로. 근데 최종2, 진짜최종 이런 거 되는 순간부터 웃기긴 함. 그래도 그냥 이름이라도 남아 있으면 나중에 찾을 때 편하긴 하더라. 클라우드 링크도 한 번에 지우지 말고 며칠은 놔둠. 지난주쯤에도 예전에 보낸 파일 다시 달라는 분 있었는데 폴더 남겨둔 덕에 바로 줬음.
아쉬운 건 이걸 너무 딱딱하게 보내면 상대가 부담스러워하는 느낌이 있음. 특히 처음 거래하는 사람이면 “이 사람 예민한가” 싶을 수도 있나 봄. 그래서 나는 그냥 말투를 가볍게 함. “헷갈리면 나중에 둘 다 피곤해서 이렇게 적어둘게” 이런 식으로. 그러면 대부분은 별말 없이 오케이 함. 오히려 정리 잘해줘서 좋다는 사람도 있었고.
별거 아닌데 작업 전 2분이 뒤에 2시간 막아주는 느낌임. 나도 원래 이런 거 귀찮아하는 편인데 한 번 맛 들이니까 이제 안 남기면 불안함. 견적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어디까지 해주는지 내 머릿속에만 있으면 아무 소용 없는 듯. 말로 한 건 생각보다 빨리 흐려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