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잡클럽

번역 문장 손본 얘기

now잠좀Lv.12026년 5월 20일조회 12추천 0댓글 6
광고이 게시물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지난주쯤 과외 끝나고 서현역 근처 카페에 앉아 있었는데, 아는 대학원 후배한테 연락이 왔음. 자기 지인이 스마트스토어 비슷한 거 하는데 상품 설명을 영어로도 좀 올려야 해서 AI로 초벌 뽑았는데 문장이 너무 번역기 같다나 뭐라나.

나는 논문번역 조금씩 하니까 그런 문장 보면 괜히 손이 감. 근데 또 회사 쪽이 부업 금지라 이런 거 받을 때마다 마음이 좀 찜찜함. 이름 박히는 일도 아니고, 계좌도 가족 거 쓰는 그런 이상한 짓은 더 싫고. 그래서 그냥 진짜 소액으로, 한 번만 봐주는 식으로 했음. 에휴 나이 먹고도 이런 거 눈치 보네 싶더라.

받아보니 내용은 별거 아니었음. 주방용품 몇 개 설명이었는데 ChatGPT로 뽑은 듯한 영어 문장이 너무 매끈한 척하면서 실제로는 한국 상품 설명 느낌을 못 살림.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합니다” 이런 게 영어로 이상하게 빙빙 돌고, 소재 설명은 또 애매하고. 아오 이런 문장은 한국어도 애매하면 영어가 더 애매해짐.

처음엔 그냥 영어만 고치려 했는데, 보니까 한국어 원문부터 조금 눌러줘야 하겠더라고. 그래서 원문을 먼저 짧게 자르고, 기능 설명은 앞에 두고, 감성 문구는 뒤로 뺐음. 그다음에 Claude랑 ChatGPT 둘 다 한 번씩 던져봤는데, 확실히 하나만 쓰는 것보다 비교하면 튀는 문장이 보임. 둘이 비슷하게 말하는 건 대체로 무난하고, 한쪽만 과하게 멋 부리는 건 거의 버림.

돈은 커피값 몇 번 정도였음. 정확히 말하기도 뭐한데 한 2만원 안팎인가 그랬던 듯. 시간은 40분 넘게 걸렸고. 생각보다 크네, 싶은 건 수익보다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 방식이었음. 예전엔 번역해달라, 써달라였는데 요즘은 “AI가 쓴 거 봐달라”가 많아졌음.

이게 편한 일 같아도 은근 피곤한 게, AI 문장 고친다고 그냥 자연스럽게만 만들면 안 됨. 상품 설명이면 고객이 헷갈릴 만한 말을 빼야 하고, 너무 좋아 보이게 만든 표현도 좀 눌러야 함. 괜히 과장처럼 보이면 나중에 문제 될 수도 있으니까. 나는 그 부분 때문에 더 천천히 보게 됨.

그리고 의뢰하는 사람들은 AI가 이미 80프로 해줬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열어보면 50프로도 안 된 경우 있음. 문장은 있는데 책임질 문장이 아님. 이 말이 좀 웃기긴 한데 진짜 그럼. 문장 하나하나가 “그럴싸함”은 있는데 “이 물건에 맞음”은 또 다른 문제라.

끝나고 후배한테 파일 보내고 집에 오는데, 정자동 쪽 버스 기다리면서 괜히 생각 많아졌음. 러닝 크루는 가입해놓고 두 번 나가고 탈주했는데, 이런 야밤 문장 노동은 또 꾸역꾸역 하고 있네. 몸 쓰는 건 싫고 눈 쓰는 건 괜찮은 건가.

다음에 또 들어오면 받을지는 모르겠음. 회사 눈치도 있고, 학교 과제도 밀리고, 과외 준비도 해야 해서. 그래도 AI로 뽑은 문장 다듬는 일은 당분간 없어지진 않을 거 같음. 잘 쓰는 사람은 직접 하겠지만, 대부분은 어디가 이상한지 몰라서 누군가 한 번 봐주길 바라나 봄. 나도 이쪽 봄. 그냥 조용히, 티 안 나게, 무리 안 하는 선에서나 가능한 일인 듯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