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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적 전에 샘플부터

ㅠㅠ왜자꾸Lv.12026년 5월 21일조회 18추천 0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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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굿즈 주문 정리하는 작은 자동화 하나 맡기려다가, 제가 말을 너무 두루뭉술하게 했구나 싶었어요.

저는 그림 일도 하고 굿즈도 조금 팔거든요. 주문 들어오면 엑셀로 옮기고, 택배 메모 따로 보고, 옵션 이름 이상한 거 다시 고치고. 이게 하루에 몇 건이면 그냥 손으로 하는데, 행사 끝나고 밀리면 눈이 침침해서 아오 소리가 나와요.

그래서 아는 분 통해 개발 외주 하시는 분을 소개받았어요. 금요일 저녁이었고, 분당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라떼 하나 놓고 카톡으로 설명을 보냈네요. “주문 파일 받아서 필요한 항목만 정리되게요” 이렇게요.

지금 생각하면 이 말이 제일 문제였어요.

개발자분이 어떤 파일이냐고 하셔서, 제가 캡처 몇 장만 보냈거든요. 실제 엑셀은 개인정보가 섞여서 좀 찝찝했고요. 그랬더니 견적은 생각보다 빨리 왔어요. 금액도 아주 비싸다 싶진 않았고요. 한 20만원대였던 듯해요. 정확히는 기억이 흐리네요.

근데 작업 시작하고 나서 바로 꼬였어요. 제가 쓰는 파일이 판매처마다 열 이름이 조금씩 다르고, 옵션 표기도 들쭉날쭉했거든요. 예를 들면 “파우치/검정”이라고 오는 데도 있고 “검정 파우치”라고 오는 데도 있고요. 저는 그냥 사람이 보면 같은 거니까 당연히 묶이겠지 했는데,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잖아요.

에휴, 그걸 뒤늦게 알았네요.

개발자분은 처음 받은 설명 기준이면 단순 정리였고, 옵션명 맞추는 규칙까지 넣으면 범위가 늘어난다고 하셨어요. 말은 맞는데, 그 순간엔 괜히 제가 혼난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좀 상하더라고요. 나이 먹고도 이런 데서 삐끗하네요 ㅠㅠ

결국 토요일 오전에 개인정보 지운 샘플 파일을 세 종류로 다시 만들었어요. 실제 주문처럼 보이게, 일부러 헷갈리는 옵션도 넣고요. 그리고 “이 파일이 들어오면 결과가 이렇게 나오면 좋겠다”는 식으로 옆에 결과 파일도 하나 만들었어요. 그제야 이야기가 빨라졌어요.

제가 느낀 건, 개발 외주는 말 설명보다 입력 파일이랑 결과 파일이 훨씬 세다는 거예요. 화면 캡처도 도움이 되긴 하는데, 실제로 어떤 값이 들어오는지 없으면 서로 머릿속에서 다른 걸 그리고 있더군요. 저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어디까지 맞춰줘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였고요.

수정 범위도 처음부터 “샘플 파일 안에서만 맞추는지”, “나중에 다른 양식도 계속 봐주는지”를 적어두는 게 낫겠어요. 말로 좋게좋게 하면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어색해졌어요.

이번엔 추가금 조금 더 드리고 마무리하기로 했어요. 서로 기분 나쁘게 끝나진 않았고요. 그래도 다음번엔 견적 전에 샘플부터 지워서 만들어둘 생각이에요. 사람 손으로 보면 별거 아닌 차이가, 코딩 쪽에서는 일이 확 늘어나는 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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