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이나 문서 정리 쪽 일 받을 때 나는 이제 파일부터 먼저 봄. 예전엔 분량이 몇 장인지, 원고가 무슨 내용인지부터 봤는데 와 근데 그거보다 더 먼저 볼 게 있더라. 원본이랑 수정본을 어떻게 주고받을 건지 이게 생각보다 큼.
음, 개인적으로는 워드면 검토 탭에서 변경 내용 추적 켜고 하는 게 제일 덜 피곤했음. 누가 봐도 어디 건드렸는지 남으니까 나중에 말이 덜 나옴. 근데 의뢰하는 쪽에서 그걸 싫어하는 경우도 있음. 빨간 줄이 너무 많아 보인다고 그냥 깔끔한 최종본만 달라는 식. 그럼 나는 괜히 착한 척하다가 다 해주지 말고, 원본 따로 최종본 따로 남겨둠. 나중에 “이 문장 원래 이랬나요?” 나오면 진짜 아오 소리 나옴.
한글 파일은 더 애매하네. 메모 달아두면 좋은데, 버전이나 글꼴 때문에 열었을 때 모양 깨지는 경우가 가끔 있음. 특히 표 많은 문서. 보고서나 기획서 쪽은 표 하나 밀리면 내가 문장만 고쳤는데도 괜히 레이아웃 망친 사람처럼 보임. 그래서 표가 많은 파일은 처음에 열자마자 PDF로 한 번 뽑아둠. 이건 누굴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내가 당해봐서 그럼. 나중에 “처음부터 이랬다” 말로 하면 되게 구차해지거든.
그리고 샘플 작업 얘기도 좀 있음. 샘플 한두 문단은 그냥 볼 수 있는데, 반 페이지 넘어가고 형식까지 맞춰달라 하면 그건 사실 일이지. 예전에 굿즈 상세페이지 문구 교정 비슷하게 해준 적 있는데, 샘플이라고 받은 게 거의 전체 흐름 잡는 수준이라 끝나고 나니 내가 기획을 한 건지 교정을 한 건지 모르겠더라. 미친. 그 뒤로는 샘플은 범위 짧게, 기준 보는 용도로만 한다고 말함. 말투는 최대한 건조하게. 길게 설명하면 오히려 흥정처럼 흘러감.
가격은 솔직히 아직도 감이 완전 잡힌 건 아님. 장당 얼마 이런 것도 파일 상태에 따라 너무 달라서. 오탈자만 보는 건 빨리 끝나는데 문장 다듬고 제목 톤 맞추고 표 위치까지 손보면 시간이 확 늘어남. 지난주쯤 봤을 땐 간단 교정은 싸게 잡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런 거 따라가면 결국 밤에 송도 산책로 한 바퀴 돌면서 내가 왜 이 가격에 했지 하고 있음. 에휴.
작업 전에 딱 하나 물어보는 건 있음. “표현을 많이 바꿔도 되는지, 아니면 틀린 것만 잡는지.” 이거 안 물어보면 서로 기준이 달라짐. 나는 디자이너라 그런지 문서도 톤이랑 여백이 거슬리는데, 의뢰인은 그냥 맞춤법만 원했을 수도 있거든. 반대로 기획서처럼 보이게 살려달라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요즘은 파일 받고 바로 고치기보다 먼저 한 쪽만 손대서 느낌 맞는지 봄. 별거 아닌데 이게 제일 덜 싸움 남. 스마트스토어도 요즘 매출 들쭉날쭉해서 상세페이지 문장 계속 만지다 보니, 문서도 결국 기준 맞추는 일이더라. 글 잘 쓰는 거랑 남의 기준에 맞게 고치는 건 좀 다른 일 같음. 아 진짜 이걸 늦게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