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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그라인더 빌려줬던 날

절약중독Lv.12026년 5월 20일조회 12추천 0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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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수동 그라인더가 두 개가 됐거든요. 하나는 예전에 홈카페 한다고 샀고, 하나는 중고로 싸게 보여서 또 샀고요. 회사 일도 요즘 마음이 좀 그래서 퇴근하고 원두 갈아 마시는 쪽으로 기분 돌리는 중인데, 막상 두 개를 같이 쓰진 않네요.

지난주쯤 동네 카페 단톡 비슷한 데서 캠핑 가는데 핸드드립 세트 빌릴 수 있냐는 글을 봤어요. 드리퍼랑 서버는 좀 깨질까 봐 안 내놨고, 그라인더랑 저울만 하루 빌려준다고 했네요. 가격은 한 5천원쯤 받았던 듯해요. 이걸 돈 벌었다고 하긴 민망하고 그냥 커피값 하나 빠진 정도.

근데 생각보다 크네. 그라인더 본체보다 포장할 때가 더 애매했어요. 원래 박스는 버린 지 오래고, 뽁뽁이로 감싸니까 모양이 이상해서 쇼핑백에 안 들어가더라고요. 결국 예전에 렌즈 넣던 작은 파우치에 넣고, 저울은 다이소 지퍼백에 따로 넣었어요. 이렇게 쓰니까 무슨 장비 대여하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실제론 현관 앞에서 부스럭대는 아저씨였네요.

받는 분은 저녁 8시쯤 오셨고, 사용법은 말로 길게 설명 안 했어요. 그냥 굵기 조절은 여기 돌리면 되고, 너무 꽉 잠그지만 말라고 했습니다. 그 이상 말하면 제가 괜히 강의하는 사람 같아서요. 유튜브 시작한다고 장비 만지는 건 좋아졌는데, 말이 길어지는 건 아직 별로네요.

다음 날 낮에 돌려받았는데 원두 가루가 틈에 좀 남아 있었어요. 기분 나쁘다기보단 아, 이건 빌려주기 전에 작은 솔 하나 같이 넣어야겠구나 싶더군요. 나도 이쪽 봄. 물건 자체보다 같이 딸려가는 작은 물건이 은근 중요해요. 렌즈 캡 얘기 올라온 것도 그 말이었나 봐요.

저울은 멀쩡했고 배터리도 그대로였는데, 다음엔 건전지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둘까 싶어요. 별일 없었지만 이런 거 괜히 애매해지면 피곤하잖아요. 회사에서도 애매한 말 때문에 하루 종일 기분 잡치는 일이 많은데, 집 앞 대여까지 그러면 좀 그렇고요.

커피 도구는 대여 수요가 막 많진 않을 거 같아요. 그래도 캠핑 가는 사람들 중에 하루만 필요한 경우는 있나 봐요. 비싼 머신은 겁나서 못 내놓겠고, 그라인더나 저울 정도는 가끔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보관 파우치부터 하나 더 찾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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