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구 샘플 하나를 급하게 보내야 했는데 이게 또 애매했음.
유성 쪽에서 둔산 근처로 가는 거라 거리만 보면 별거 아닌데, 시간이 문제였네. 오전에 택배로 넘기면 늦고, 직접 갖고 가자니 집에서 해야 할 정산도 밀려 있고. 결국 퀵 불렀지. 그냥 가까운 거리니까 금방 잡히겠지 했는데 그 생각부터 좀 틀렸던 듯.
앱 켜서 보니까 바로 잡히는 것처럼 보이긴 했음. 근데 기사님 배정되고 나서 전화가 왔는데, 지금 근처 콜 하나 끝내고 온다고 하더라. 여기서 내가 “천천히 오세요”라고 해버렸음. 진짜 천천히 오라는 뜻은 아니고, 너무 재촉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싫어서 한 말인데 이게 참 말이 이상해짐.
상대방은 또 그 말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잖아.
한 20분쯤 지나도 안 오길래 슬슬 불안해짐. 샘플 받는 쪽에서는 점심 전에만 오면 된다 했는데, 말이 점심 전이지 거기도 일정이 있을 거고. 괜히 내가 중간에서 애매하게 말해서 시간 흐른 느낌. 나도 이쪽 봄. 공구하면서 물건 보내는 일이 은근 생기니까 그냥 택배랑 퀵 사이에서 맨날 계산하게 됨.
기사님 오셔서 물건 드리는데, 내가 “혹시 12시 전엔 가능할까요” 했더니 그때서야 표정이 살짝 달라짐.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줘야 한다고 하시네. 맞는 말임. 나도 순간 아차 싶었음. 내가 마음속으로만 급했지, 말로는 하나도 안 급하게 해놨으니.
물건은 작은 박스였고 안에 샘플 두 개랑 안내 종이 한 장. 파손될 건 아니라서 그냥 쇼핑백에 넣어뒀는데, 기사님이 받는 사람 번호랑 건물 입구 위치 다시 확인하더라. 여기서도 메모를 대충 적은 게 걸렸음. “건물 앞 도착하면 전화” 정도만 써놨는데, 둔산 쪽 건물들 비슷비슷해서 입구가 헷갈린다 함. 생각보다 크네. 이런 사소한 게 시간을 먹는구나 싶었음.
결국 12시 조금 전에 도착했다고 연락 왔음. 늦진 않았는데, 내 속은 혼자 바빴네.
비용은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만 원대 중간쯤이었던 거 같음. 지난주에 봤을 땐 비슷한 거리도 시간대 따라 조금씩 달랐고. 점심 전, 퇴근 전 이런 때는 괜히 더 조심하게 됨. 앱에서 예상 시간 나와도 실제로는 기사님 동선이랑 건물 찾는 시간까지 붙으니까 딱 맞춰 생각하면 안 되겠더라.
다음부터는 그냥 처음에 말을 짧게 해야겠음.
몇 시 전 도착이면 좋다.
물건 작다.
받는 곳 입구 어디다.
도착하면 누구한테 전화다.
이 정도만 제대로 말해도 서로 덜 피곤할 거 같음. 괜히 “천천히 오세요” 이런 말로 착한 척하다가 나만 속타는 거, 진짜 이상한 습관임. 말은 둥글게 했는데 상황은 하나도 안 둥글어짐.
오늘도 하나 보낼 거 있는데 벌써 시간 계산 중임. 그냥 퀵은 거리보다 말이 더 어려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