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잡클럽

샘플 번역이 은근 남네요

메모장켜둠Lv.12026년 5월 20일조회 14추천 0댓글 7
광고이 게시물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요즘 번역 외주 쪽 다시 조금씩 들여다보고 있는데, 제일 애매한 게 샘플 번역 같아요. 돈 받는 일도 아닌데 은근 시간을 잡아먹고, 그렇다고 대충 보내면 그 뒤가 없을 것 같고요.

며칠 전에 짧은 마케팅 문구 번역 샘플 하나 보냈는데 분량은 A4 반 장도 안 됐거든요. 근데 막상 열어보니까 그냥 직역하면 너무 딱딱하고, 의역하면 원문이랑 멀어지는 느낌이라 한참 붙잡고 있었어요. 카페에서 커피 식는 동안 다 끝낼 줄 알았는데 결국 집 와서 한 번 더 봤습니다. 별일 아닌 척했는데 좀 신경 쓰였음.

제가 원래 디지털 마케팅 쪽 글을 자주 만져서 그런지 제품 설명이나 랜딩페이지 문구는 번역이라기보다 문장 다시 짜는 느낌이 강하네요. 영어 문장 자체는 쉬워도 한국어로 팔릴 만하게 바꾸는 순간부터 머리가 복잡해져요. 클라이언트는 “자연스럽게”라고만 쓰는데, 그 자연스러움의 기준이 사람마다 너무 다르니까요.

지난주쯤 본 모집글 중에는 샘플 먼저 요청하고, 통과하면 건당으로 준다는 식이 몇 개 있었어요. 단가는 짧은 문서 기준으로 한 5천원쯤부터 봤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잘 모름. 플랫폼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개인이 올린 글은 말투만 봐도 계속 같이 일하기 편할지 대충 감이 오긴 하더군요. 너무 급하게 “오늘 안에 가능?”만 반복하는 곳은 괜히 손이 안 갑니다.

영상 자막 쪽도 잠깐 봤는데 이건 또 다른 피곤함이 있네요. 문장 번역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줄 길이, 말 빠르기, 화면 전환까지 같이 봐야 하니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갑니다. 예전에 짧은 숏폼 자막 몇 개 해봤을 때도 번역보다 싱크 맞추는 시간이 더 걸렸어요. 단가만 보고 들어가면 살짝 억울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샘플 보낼 때는 요즘 그냥 너무 잘하려고 안 하고, 제가 왜 이렇게 바꿨는지 한두 줄만 덧붙이는 쪽으로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원문은 기능 설명에 가깝지만 한국어에서는 구매 맥락이 보이게 조금 풀었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길게 설명하면 변명 같고, 아예 말 안 하면 의도가 안 보이는 것 같아서 중간이 어렵습니다.

괜히 찔렸네요.

사실 제일 고민되는 건 샘플을 어디까지 공들여야 하냐는 거예요. 통과되면 좋지만 안 되면 그냥 무료 노동처럼 남고, 그렇다고 너무 계산적으로 하면 티가 나니까요. 그래도 몇 번 보내보니 최소한 내 기준은 있어야겠더라고요. 분량이 애매하게 길거나, 원본 파일 정리가 너무 안 되어 있거나, 답장이 지나치게 늦는 곳은 그냥 넘기는 게 마음 편했습니다.

이쪽 일은 “언어 잘하면 되겠지”로 시작하면 생각보다 빨리 지치는 듯해요. 번역 능력도 필요하지만 결국 일정 조율, 파일 관리, 수정 요청 받아내는 말투 같은 게 같이 붙어옵니다. 문장만 조용히 바꾸는 일인 줄 알았는데, 은근 사람 상대하는 일이네요. 요즘은 샘플 하나 보내고 나면 번역 실력보다 내 기준이 조금씩 생기는 느낌이 더 큽니다.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