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잡클럽

월세방 비면 잔손이 많음

동네빵집러Lv.12026년 5월 18일조회 8추천 0댓글 5
광고이 게시물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월세 한 칸 비었다고 해서 그냥 청소만 싹 하고 사진 올리면 끝일 줄 알았는데, 이번에 또 느꼈음. 빈방은 사람 없을 때 더 잘 보이네. 살 때는 가구랑 짐에 가려져 있던 게 빠지니까 벽지 들뜬 거, 콘센트 살짝 흔들리는 거, 화장실 실리콘 까만 줄 다 눈에 들어옴.

나도 이쪽 봄.

퇴근하고 들렀다가 괜히 기분만 축 처짐. 낮에 병원 일 하고 저녁에 잠깐 갔는데, 문 열자마자 그 빈집 냄새 있잖아. 환기 덜 된 냄새랑 세제 냄새 섞인 거. 창문 열어놓고 근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먹고 다시 올라갔음. 이게 무슨 일인가 싶더라 한때는 월세 들어오면 자동으로 통장에 찍히는 줄만 알았지.

이번 세입자는 크게 문제 없이 나갔는데도 소소하게 남는 게 있음. 장판에 찍힌 자국은 애매해서 보증금에서 말하기도 그렇고, 내가 그냥 넘기자니 다음 사람 보러 올 때 신경 쓰이고. 요즘은 사진 보고 바로 거르는 사람도 많다 보니까 작은 흠도 크게 보이나 봄. 부동산 사장님도 “사진에 밝게 나와야 한다” 이런 말은 하는데, 그 밝게 나오게 만드는 돈은 결국 내 주머니에서 나감.

제일 짜증나는 건 공실 하루하루가 은근히 계산된다는 거임. 월세 50이면 하루에 대충 얼마다, 관리비는 어떻게 할까, 전기 기본요금은 또 나가네 이런 식으로 머릿속에서 굴러감. 본업 쉬는 날에 단기 알바도 가끔 하는데, 그 돈 벌려고 서너 시간 서 있다가 집 와서 또 방 보러 가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긴 함. 그래도 통장에 월세 들어오는 날 보면 마음이 또 달라짐. 사람 마음 참 간사함.

이번엔 그냥 도배 전체는 안 하고 한쪽 벽만 부분으로 했음. 업체마다 말이 조금씩 달라서 정확한 금액은 말하기 그렇고, 지난주쯤 물어봤을 땐 생각보다 크네 싶었음. 인건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만 계속 들음. 그래서 결국 아는 분 통해서 조금 맞췄는데, 싼 데만 찾으면 마감이 불안하고 제대로 하자니 남는 게 줄어드는 느낌임.

그리고 세입자 구할 때 옵션 사진도 은근 중요함. 냉장고 오래된 거 티 나면 바로 물어봄. 세탁기 작동 되냐, 에어컨 청소 언제 했냐, 인터넷은 되는 구조냐 이런 거. 예전엔 그냥 “방 깨끗해요” 정도면 됐던 거 같은데 요즘은 다들 눈이 높아진 건지, 아니면 월세가 부담되니까 더 따지는 건지 모르겠음. 따지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님. 나라도 월세 내고 살면 볼 거 다 봄.

밤에 집 와서 유튜브로 옛날 가요 틀어놓고 영수증 정리하는데 약간 현타 왔음. 월세 운영이라는 게 멋있게 말하면 부수입이고, 실제로는 수도꼭지 새는 거 확인하고 현관 센서등 갈고 부동산 전화 기다리는 일 같음. 그래도 빈방 오래 두면 더 피곤하니까 내일 비번에 다시 한 번 들러서 냄새 빠졌는지 보고 사진 다시 찍으려고 함. 빛 들어오는 시간 맞춰야 그나마 나아 보이니까 낮에 움직여야지 뭐.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