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손주 재우고 나서 그냥 멍하니 티스토리 들어갔음. 원래는 댓글 하나 확인하려고 켠 건데, 왜 꼭 그럴 때 예전 글이 눈에 밟히는지 모르겠네.
한 2년 전쯤 쓴 글인데 제목부터 좀 민망함. 그땐 나름 열심히 쓴다고 쓴 건데 지금 보니까 너무 힘 들어가 있음. 문장도 길고, 괜히 설명 많이 하고, 읽는 사람 숨 막히겠다 싶은 느낌.
근데 또 이상한 게 있음. 그런 글이 아직도 가끔 유입이 있네?
나는 묵은 글은 그냥 오래돼서 죽은 글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방문자 경로 보면 완전 죽은 것도 아니고, 검색에서 한두 명씩 들어오는 게 있음. 이걸 손봐야 하나? 그냥 놔둬야 하나? 또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함. 놔두면 아깝고, 손대면 귀찮지 뭐.
요즘 느끼는 건 새 글만 쓰는 게 능사가 아닌 거 같음. 특히 블로그 오래 굴린 사람들은 글이 쌓이다 보니까 새로 쓰는 것보다 예전 글을 살짝 고치는 게 더 빠를 때도 있음. 물론 빠르다고 덜 피곤한 건 아님. 오히려 내 예전 문장 보는 게 더 피곤함...
나는 일단 제목부터 안 건드림. 제목 바꾸면 괜히 주소나 노출 흐름 꼬일까 봐 겁남. 정확한 건 모르는데, 그냥 내 성격상 찝찝해서. 대신 본문 첫부분을 좀 줄임. 옛날엔 앞에 잡담을 너무 길게 썼더라. 지금도 잡담 쓰긴 하는데 그땐 무슨 라디오 오프닝처럼 길었음. 누가 읽는다고.
그리고 날짜 지난 말은 빼는 중임. 예를 들면 “요즘 많이 쓰는 앱” 이런 식으로 써놨는데, 그 요즘이 벌써 옛날임. 이름까지 박아둔 서비스가 지금도 같은지 잘 모르겠으면 그냥 흐리게 바꿈. 지난주에 본 것도 오늘 바뀌는 판인데 몇 년 전 걸 자신 있게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이미지 alt 이런 것도 예전엔 신경 거의 안 썼음. 사진만 올려놓고 끝. 근데 요즘은 최소한 뭔 사진인지 정도는 넣으려고 함. SEO 뭐 대단하게 한다기보다, 나중에 내가 봐도 이 사진이 왜 들어갔는지 알아야 해서. 특히 음식 사진이랑 카페 사진은 몇 달 지나면 기억이 안 남. 영등포 근처 카페였나, 어디였나. 메뉴는 또 왜 찍었나.
애드센스 쪽은 더 조심하게 됨. 예전엔 수익 얘기 나오면 괜히 숫자 쓰고 싶었는데, 지금은 안 씀. 사람마다 너무 다르고 내 것도 들쭉날쭉이라 괜히 써봐야 민망함. 하루 잘 나온 날 기준으로 말하면 사기치는 거 같고, 못 나온 날 기준으로 말하면 괜히 기운 빠짐. 그냥 광고 위치 바꿔봤더니 체감상 덜 거슬리더라, 이 정도만 적는 게 낫더라.
웃긴 건 묵은 글 손보다가 새 글 소재가 생긴다는 거임. 예전 글에 내가 적어놓은 불편함이 아직도 그대로면 그걸 다시 써도 되고, 반대로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으면 그것도 글감임. 어제도 그랬음. 예전엔 키워드 먼저 잡고 글 쓰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냥 내가 실제로 겪은 거 먼저 적고 나중에 제목만 다듬는 쪽이 편함. 이게 맞나? 모르겠음. 근데 덜 막힘.
블로그 운영도 결국 오래 하는 사람이 자기 방식 찾는 건가 봄. 남들 방식 보면 좋아 보이긴 하는데, 막상 내 하루에 끼워 넣으려면 안 맞는 게 많음. 가게 일 보고, 집안일 하고, 애 봐주고, 밤에 노트북 열면 이미 눈이 반쯤 감겨 있음. 그 상태에서 대단한 전략은 무리임.
그래서 요즘은 묵은 글 볼 때 딱 하나만 함. 읽다가 내가 민망한 부분 하나 고치기. 문장 하나 줄이기. 날짜 지난 말 하나 빼기. 그러다 힘 남으면 링크 한두 개 확인하기. 이 정도.
근데 이게 쌓이면 은근히 블로그가 덜 방치된 느낌은 남. 새 글 못 쓴 날에도 뭐라도 한 거 같고. 물론 기분만 그럴 수도 있음. 그래도 기분이라도 남으면 된 거 아닌가 싶고. 오늘도 밤에 하나만 볼까 했는데 벌써 졸림. 하나만 본다는 말이 제일 위험하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