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폰으로 짧은 영상 몇 개 찍어보는데 색이 참 사람 피곤하게 함. 낮에 보면 괜찮은데 저녁만 되면 얼굴이 누렇게 갔다가 파랗게 갔다가 난리임. 내가 뭘 잘못 눌렀나? 싶어서 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님. 그냥 조명 섞이면 폰이 혼자 열심히 판단하다가 더 꼬이는 거 같음.
지난주에 노원역 근처 카페에서 컨설팅 자료 좀 보다가, 창가에 앉은 김에 컵이랑 노트북 놓고 영상 찍었거든. 햇빛 남아있고 매장 조명도 켜져 있고, 밖에 간판 불빛까지 슬쩍 들어오니까 색이 계속 바뀜. 화면 보고 있으면 멀쩡한데 집에 와서 다시 보면 컵 색이 조금씩 달라져 있음. 이게 뭐 대단한 촬영도 아닌데 은근 열받네. 아오.
그나마 덜 흔들리게 하려면 자동으로 다 맡기지 말고 노출이랑 화이트밸런스 고정하는 게 낫긴 하더라. 폰 기본 카메라에도 길게 누르면 AE/AF 잠금 뜨는 경우 있고, 영상 앱 쓰면 WB 숫자로 잡는 것도 됨. 근데 이걸 매번 하냐? 안 함. 배달 시킨 거 오기 전에 대충 찍고 먹어야지 뭘 또 세팅을 하고 앉았나 싶지. 그래도 상품 같은 거 찍을 땐 한 번만 고정해놔도 후반에 색 맞추는 시간이 좀 줄어드는 건 맞음.
그리고 조명은 진짜 하나만 쓰는 게 마음 편한 듯. 방등 켜고 스탠드 켜고 창문빛까지 섞으면 후보정할 때 답이 없음. 내가 집에서 배달 음식 사진 찍어보면, 주방 형광등 밑에서 찍은 건 이상하게 김치가 죽은 색처럼 나오고, 창가 쪽으로 옮기면 그나마 먹을만해 보임. 근데 저녁엔 창가도 별수 없어서 작은 LED 하나 켜고 방등은 꺼버리는 게 낫더라. LED도 싼 거 쓰면 초록빛 도는 느낌이 있어서 완전 믿을 건 아닌데, 여러 빛 섞이는 것보단 나음 (내 눈이 막 정확한 건 아니지만).
재밌는 건 사진보다 영상이 더 정직하게 망가짐. 사진은 한 장 골라서 살짝 만지면 되는데 영상은 10초만 찍어도 중간에 색이 흔들린 게 보임. 스톡 영상 올리는 사람들은 이거 매번 어찌 버티나 모르겠음. 나도 예전에 손만 나오는 사무용품 영상 몇 개 찍어놨는데, 흰 종이가 컷마다 색이 달라서 그냥 묵혀둠. 돈 벌려고 찍은 것도 아닌데 괜히 일 만든 꼴임.
요즘 폰들이 알아서 잘해준다는데, 잘해주는 기준이 내 기준이랑 좀 다른가 봄. 사람 얼굴 살리고 하늘 살리고 음식 살리고 다 하려다 보니 화면이 계속 살아 움직이는 느낌임. 보는 사람은 모르나? 모르겠지. 근데 찍은 사람 눈에는 계속 거슬림. 진짜 미친.
그래도 요 며칠 보니까 영상은 처음부터 욕심 줄이는 게 제일 낫더라. 빛 하나, 배경 단순하게, 색 있는 물건 너무 많이 안 넣고, 찍기 전에 화면 한 번 눌러서 고정. 이 정도만 해도 편집할 때 덜 욕 나옴. 특히 흰 종이나 회색 천 하나 옆에 두고 찍으면 나중에 색 맞출 때 기준 삼기 좋긴 함. 전문 장비 느낌까지 갈 필요는 없고 그냥 눈대중 기준 하나 생기는 정도.
이직 준비한다고 머리 복잡한데 이런 사소한 색까지 신경 쓰고 있으니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싶음. 그래도 막상 잘 찍힌 컷 하나 나오면 또 저장해놓고 괜히 봄. 사람 참 단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