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잡클럽

동네 공연도 돈이 꽤 드네

퇴사로드맵Lv.12026년 5월 21일조회 16추천 0댓글 6
광고이 게시물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지난주쯤 마곡 쪽 지나가다가 작은 카페 앞에서 기타 치는 분 봤는데, 앰프 하나 놓고 노래하는 거라 별거 아닌 줄 알았거든. 근데 옆에 서서 커피 식히면서 좀 보니까 준비물이 생각보다 많아 보임. 스피커, 마이크, 보면대, 작은 조명, 뒤에 붙인 안내 종이까지. 손님은 열 명 남짓인데 혼자 바리바리 챙겨 와서 세팅하고 다시 접는 거 생각하면 이게 취미인지 노동인지 모르겠네 뭐.

나도 주말에 행사 도우미 알바 가끔 나가다 보니 이런 세팅 보면 괜히 눈이 감. 누가 테이블 어디 놓는지, 동선 막히는지, 안내문이 너무 작아서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지 이런 거부터 보게 됨 (직업병인가). 그날도 후원 QR이 있긴 했는데 카운터 옆 작은 액자에 껴 있어서 가까이 안 가면 안 보였음. 괜히 공연하는 사람한테 뭐라 할 건 아닌데, 저렇게 두면 아는 사람만 찍겠구나 싶었지.

요즘 사람들 현금 잘 안 들고 다니니까 후원함만 놓는 건 좀 애매한 듯. 나도 지갑에 천원짜리 하나 없을 때 많고, 손주 간식 사줄 때도 거의 폰으로 찍고 끝내니까. QR 붙여놓는 건 이상하지 않은데, 너무 돈 달라는 느낌 나면 또 민망하고. 이 균형이 참 어렵네. 한쪽에는 공연 안내, 한쪽에는 작은 QR 정도가 제일 덜 부담스러워 보이긴 했음. “노래 좋으면 커피값 한 모금만” 이런 식의 문구 본 적 있는데 그건 좀 괜찮더라.

홍보도 문제임. 카페 문 앞에 A4 한 장 붙인다고 사람이 들어오진 않음. 나부터도 급하면 그냥 지나감. 근처 직장인들 퇴근 시간하고 겹치면 잠깐 멈추는 사람은 생기는데, 자리까지 잡고 앉게 만드는 건 또 다른 얘기. 인스타에 올린다 해도 동네 사람한테 닿는지 모르겠고, 요즘은 동네 카톡방 같은 데도 너무 홍보 티 나면 싫어하는 분위기라 조심스럽고. 괜히 말 잘못 올렸다가 민폐 소리 들을까 봐.

이게 은근 신경 쓰임.

커피값도 이제 싸지 않아서 공연 보려고 들어갔다가 아메리카노 한 잔 5천원쯤 내면, 후원까지 하기가 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임. 공연자 입장에선 장비값에 시간에 장소 대관이나 매장 협의까지 들어갔을 텐데, 보는 사람 입장에선 잠깐 들렀다가 돈 쓰는 느낌이 먼저 오니까. 서로 마음이 다 이해돼서 더 애매함. 나이 먹고 보니 예술도 결국 자리값이랑 시간값이구나 싶고.

그래도 그런 작은 공연이 동네에 있으면 분위기는 확실히 나아짐. 그냥 차 지나가고 사람들 폰만 보던 길에 노래 하나 얹히는 거니까. 집 가는 길이 조금 덜 퍽퍽해진다고 해야 하나. 요새 이직 준비한다고 머리 복잡한데 그런 거 20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멍해져서 좋긴 함. 돈 버는 구조는 아직 잘 모르겠고, 보는 사람으로선 너무 숨어 있지도 너무 들이대지도 않는 후원 방식이 제일 편한 거 같음. 쉽진 않겠지 뭐.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