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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미팅 잡는 것도 일이네요

흠흠흠1Lv.12026년 5월 20일조회 13추천 0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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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범어네거리 쪽으로 걸어가는데 날이 이제 완전 여름 앞까지 온 느낌이더군요. 저녁 7시 넘었는데도 밝고, 사람들도 많고, 저는 괜히 가방만 무겁고요.

요즘 본업 끝나고 사이드로 컨설팅 몇 건 받다 보니 제일 힘든 게 일이 아니라 시간 맞추는 거네요. 처음엔 그냥 퇴근 후에 한두 시간 통화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미팅 잡고 자료 보고 견적 비슷한 거 맞춰보고, 그 사이에 회사 메신저까지 울리면 머리가 좀 멈춰요.

음, 개인적으로는 돈 들어오는 것보다 일정이 먼저 무너지더라고요. 한 번은 저녁 먹고 9시에 줌 켰는데 상대방은 퇴근길 차 안이고 저는 집 식탁이고, 얘기는 계속 끊기고... 끝나고 나니 뭘 했는지 잘 모르겠던데요.

그래서 지난주부터는 아예 요일을 나눠봤어요. 월수는 본업 늦어질 수 있으니 사이드 약속 안 잡고, 화목 중 하루만 외부 미팅, 나머지는 문서 확인만 하는 식으로요. 별거 아닌데 이렇게 해두니까 적어도 매일 쫓기는 느낌은 좀 줄었네요. 캘린더도 색을 다르게 해놨는데, 빨간색으로 사이드 일정 몰려 있으면 보기만 해도 숨이 막혀서 그냥 회색으로 바꿨어요. 웃기죠.

돈도 비슷한 거 같아요. 회사 월급 통장에 같이 섞이니까 이게 남는 건지, 그냥 피곤함을 돈으로 바꾸는 건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사이드 입금은 따로 빼놨는데, 카드값 나가는 날 보면 또 거기서 거기 같긴 해요. 그래도 따로 보이는 게 마음은 낫네요. 괜히 수입 늘어난 줄 알고 커피값이랑 택시비를 막 쓰게 되는 게 문제라서요. 수성구 안에서도 밤에 택시 몇 번 타면 생각보다 금방 나가더군요.

본업 그만두는 생각도 솔직히 가끔 해요. 근데 또 회사에서 직책 달고 있으면 책임이랑 월급이 같이 묶여 있어서, 이걸 내려놓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네요. 컨설팅 쪽은 재미는 있는데 매달 일정하게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사람 상대하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많이 듭니다. 낮엔 직원들 보고 밤엔 클라이언트 보고 있으면 제가 무슨 하루 종일 대답만 하는 기계가 된 기분이에요.

그래도 하나 느낀 건, 부업이든 투잡이든 처음부터 크게 벌 생각보다 내 시간이 어디서 새는지 보는 게 먼저인 거 같아요. 돈은 숫자로 찍히는데 피로는 숫자로 안 보이니까 자꾸 과소평가하게 되네요. 저도 아직 잘하고 있는 건 아닌데, 적어도 이번 달은 일단 밤 10시 이후 미팅은 안 잡아보려고요. 이게 지켜질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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