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택배 송장 뽑다가 카드값 예정 문자 보고 좀 멈칫했음. 장사하는 사람은 매출이 찍혀도 그게 다 내 돈이 아닌데, 숫자만 보면 잠깐 착각을 하게 되네. 스마트스토어 정산 들어온 날도 그렇고, 배달 몇 건 해서 들어온 돈도 그렇고, 통장에 숫자 보이면 괜히 뭐라도 사야 될 것 같고.
요즘은 그래서 돈 들어오면 바로 주식 앱 안 켬.
예전엔 정산 들어오면 그날 밤에 미국장 열리기 전에 괜히 들여다봤음. 환율도 보고, ETF도 보고, 코인도 한번 보고. 뭘 봐도 다 기회 같고 놓치면 손해 같고 그랬는데 막상 다음날 보면 내가 왜 그걸 샀나 싶은 게 많았지 뭐. 특히 장사 안 풀린 날은 더 그랬음. 낮에 주문 취소 몇 개 맞고, 광고비는 나가고, 시장 갔다가 사과 한 봉지 값 오른 거 보고 오면 마음이 이상하게 급해짐. 돈을 벌어야 된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서 매수 버튼이 가벼워지는 느낌인가.
그래서 요즘 내 식으로 하나 만든 게 있음. 큰 건 아니고 그냥 예수금이나 파킹 쪽에 하루만 둠. 하루 지나도 사고 싶으면 그때 다시 봄. 이게 뭐 대단한 방식은 아닌데 나한텐 꽤 먹히는 듯.
하루 지나면 이상하게 살 게 줄어듦.
어제는 배달 부업 알아보다가 단가 보고 좀 허탈해서, 남는 현금으로 코인 조금 탈까 하다가 그냥 닫았음. 배달 단가가 전보다 영 시원찮은 느낌이라 다른 부업도 봐야 하나 싶은데, 그 마음으로 투자까지 하면 이중으로 조급해지는 거 아닌가 싶더라. 돈이 필요한 마음이랑 투자 판단이 붙어버리면 별로 좋은 꼴 못 본다는 걸 몇 번 겪었음.
광주 서구 쪽 전통시장 자주 가는데, 거기서 장 볼 때도 비슷함. 바로 사면 꼭 필요 없는 것도 담게 됨. 한 바퀴 돌고 다시 오면 안 사도 되는 게 보임. 주식도 그런가 봄. 처음 본 가격, 처음 본 뉴스, 처음 본 빨간불에 몸이 먼저 움직이면 나중에 계산이 안 맞음.
요즘은 매수 전에 메모장에 한 줄만 써봄. 왜 사는지. 배당 때문인지, 그냥 떨어져서 싸 보이는 건지, 남들이 산다니까 따라가는 건지. 써보면 웃긴 게 이유가 없는 날이 꽤 있음. “그냥 현금 들고 있기 싫어서” 이게 이유면 안 사는 게 맞나? 나는 요새는 그렇다고 봄.
물론 하루 묵힌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지. 다음날 더 올라가 있으면 배 아픔. 그럼 또 내가 괜히 늦췄나 싶고. 근데 그 배 아픈 거랑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서 물리는 거랑 비교하면, 나는 전자가 낫더라. 최소한 내 돈이 왜 들어갔는지는 아니까.
파킹도 이자 조금 더 준다고 자주 옮기면 피곤해서 요새는 대충 쓰던 데 둠. 지난주에 봤을 땐 몇 군데가 조금씩 차이 났는데 지금은 또 모르겠고, 몇 천 원 더 받자고 앱 여러 개 켜는 것도 나이 먹으니 귀찮음. 그 시간에 상품 문의 답변 하나 더 빨리 하는 게 나을 때도 있고.
재테크라는 게 크게 보면 숫자 싸움인데, 실제로는 내 기분 관리가 반은 되는 거 같음. 피곤한 날, 매출 안 나온 날, 남들 수익 인증 본 날, 이런 날에는 판단이 좀 달라짐. 나만 그런가. 아닌 듯하면서도 다들 비슷하지 않나 싶네.
오늘도 정산 조금 들어왔는데 그냥 둠. 내일 봐도 사고 싶으면 그때 생각해보지 뭐. 지금은 커피 한 잔 값 아끼겠다고 집에서 믹스 타놓고, 주문 알림만 기다리는 중임. 돈 굴리는 것도 좋지만 일단 안 흔들리는 날을 좀 늘려야겠다 싶은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