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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버리면 꼭 아쉽네요

퇴근길메모Lv.12026년 5월 20일조회 8추천 0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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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택배 박스 쌓이는 거 보기 싫어서 지난주에 한 번 싹 버렸거든요. 현관 앞이 좀 시원해져서 좋긴 했는데, 이상하게 꼭 그다음에 팔 물건이 생기네요.

이게 뭐 대단한 물건도 아니고 예전에 쓰던 미니 키보드 하나였는데, 막상 올리려니까 박스가 없어서 사진부터 애매해졌어요. 그냥 책상 위에 놓고 찍으면 너무 중고 느낌이 세고, 뽁뽁이에 감싼 사진은 또 없어 보이고요. 구성품은 다 있는데 담을 데가 없다는 게 이렇게 신경 쓰일 일인가 싶었네요.

중고거래 하다 보면 원박스가 가격을 엄청 올려준다기보단, 문의 들어오는 분위기가 좀 달라지는 거 같아요. 같은 물건이라도 박스랑 설명서 같이 있으면 “상태 좋나요?”보다 “오늘 가능하세요?”가 먼저 오는 느낌. 물론 제 기분 탓일 수도 있음.

저는 문서 작업할 때 쓰던 전자기기나 책상용품을 가끔 파는데, 이쪽은 사진이 은근 크게 먹히는 듯해요. 책상 위 먼지 한 줄 보이면 괜히 오래 굴린 느낌 나고, 케이블 꼬여 있으면 관리 안 한 느낌 나고요. 그래서 요즘은 팔 생각 있는 물건은 바로 닦아서 찍기보다, 충전기랑 케이블부터 따로 모아놓습니다. 이거 빠지면 나중에 설명이 길어져요. “정품 충전기였던 거 같은데 확실하진 않아요” 이런 말 쓰는 순간 괜히 제가 봐도 거래하기 싫어짐...

가격은 처음부터 너무 낮게 잡으면 빠르긴 한데, 이상하게 더 깎자는 말이 붙는 경우가 많았어요. 반대로 살짝 여유 두고 올리면 문의는 줄어도 얘기가 차분하게 가는 편이고요. 저는 요즘 급한 거 아니면 동네 시세보다 아주 조금만 낮게 올려요. 한 5천원쯤 차이? 물건마다 다르긴 한데, 너무 싸게 올리면 빠른 대신 피곤함도 같이 오는 느낌이네요.

거래 장소도 생각보다 큽니다. 예전엔 회사 근처나 집 근처 아무 데나 적었는데, 막상 시간 맞추다 보면 제가 더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요즘은 그냥 역 출구나 편의점 앞처럼 딱 보이는 데로 씁니다. 애매하게 “근처 카페 가능” 이렇게 써두면 서로 다른 카페 생각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별거 아닌데 그때부터 살짝 귀찮아짐.

예약금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큰 물건이면 이해되는데, 몇 만원짜리에 예약금 얘기 나오면 분위기가 뭔가 뻣뻣해져서요. 저는 그냥 당일 거래 아니면 예약 잘 안 잡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기다리다가 잠수 타면 괜히 다른 문의도 놓치고, 나중에 다시 끌올하려면 또 사진이 오래돼 보이더군요.

글 설명은 짧게 쓰되 빠질 건 안 빠지는 게 제일 나은 듯해요. 사용 기간은 대충이라도, 하자 있으면 먼저, 구성품은 사진이랑 같이. 이 세 개만 제대로 써도 똑같은 질문이 조금 줄어요. 완전 없어지진 않음. 사람은 원래 설명을 안 읽나 봄.

오늘도 하나 올리려다가 박스 없어서 괜히 서랍 뒤지고 있었네요. 버릴 때는 속 시원했는데 팔 때는 왜 이렇게 아쉬운지. 다음부터는 작은 전자기기 박스만이라도 한두 개는 남겨둘까 싶어요. 또 그러다 현관이 박스 창고 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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