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직 준비하면서 부업까지 잡으니까 머리가 진짜 자주 멈춤. 본업도 없는 갭이어 상태라 마음은 급한데, 작은 작업 하나 들어오면 또 신나고, 입금일 가까워지면 괜히 라디오 틀어놓고 통장만 봄. 해운대 쪽 카페 앉아서 이력서 고치다가 알림 오면 기분 확 살아남.
근데 돈이 한 통장에 섞이니까 이상하게 더 불안했음. 생활비 빠지고, 커피값 빠지고, 교통비 빠지고, 그 사이에 부업 입금 들어오면 분명 번 건데 번 느낌이 안 남. 솔직히 몇 만원짜리 작업도 모이면 꽤 큰데, 내 눈에는 그냥 카드값 덜 무서운 날 정도로만 보였음.
그래서 지난달부터 부업 돈 받는 통장을 따로 뺐거든. 대단한 사업자 통장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안 쓰던 통장 하나 살려서 거기로 받음. 그리고 그 통장에서는 웬만하면 돈 안 빼고, 부업 관련으로 쓴 것만 메모장에 적어둠. 노트북 받침대 산 거, 작업할 때 쓴 유료 폰트 비슷한 거, 카페에서 오래 앉아 있으면서 쓴 돈 같은 거. 다 인정된다 이런 말은 못 하겠고, 나중에 세금 쪽 물어볼 때 내가 뭐에 썼는지 기억은 나야 할 것 같아서 남기는 중임.
이거 하나 했는데 마음이 좀 덜 흔들림.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내가 진짜 뭘 하고 있는지 보임. 예전엔 “이번 달 부업 얼마 했지?” 하면 카톡 뒤지고 계좌 뒤지고 머리 아팠는데, 이제는 통장 하나만 보면 대충 감이 옴. 이직 준비 망한 날에도 거기 잔액 보면 그래도 내가 완전 논 건 아니네 싶음.
작업 받을 때도 바뀐 게 하나 있음. 계약서까지는 아직 말 꺼내기 빡센 경우 많잖아. 나도 괜히 딱딱해 보일까 봐 못 했는데, 요즘은 최소한 카톡으로 작업 범위랑 금액, 입금 날짜만 다시 적어둠. “이번 건 이미지 몇 장, 수정은 한 번 정도, 입금은 완료 후 며칠 안에” 이런 식으로. 문서까지 못 가도 말로만 넘기는 것보단 훨씬 낫더라. 나중에 서로 기억 다르면 진짜 기분 이상해짐.
음, 이게 엄청난 방법은 아닌데 나는 꽤 좋았음. 막막한 게 사라진 건 아닌데, 막막함이 덩어리로 보이기 시작한 느낌임. 본업 준비는 여전히 흔들리고, 면접 일정도 마음대로 안 잡히고, 부업도 계속 들어온다는 보장 없지. 그래도 최소한 돈이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로 새는지는 눈에 보이니까 덜 휘둘림.
혹시 부업 막 시작해서 세금이니 계약이니 돈 관리니 다 한꺼번에 무서운 사람 있으면, 처음부터 거창하게 하려다 멈추는 것보다 통장 하나 분리하고 대화 내용 남기는 것부터 해도 꽤 숨통 트이는 듯. 나도 아직 배우는 중이라 완벽하진 않은데, 이 정도만 해도 “아 나 뭐라도 하고 있긴 함” 이 생각은 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