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랑 논문번역을 같이 하다 보니 돈 들어오는 날이 은근 제멋대로임. 과외는 보통 월초에 들어오는데 가끔 부모님이 까먹었다가 중간에 보내기도 하고, 번역은 원고 넘기고 한참 뒤에 들어오기도 함. 처음엔 그냥 통장에 찍히는 대로 살았는데, 이게 섞이니까 내가 번 돈인지 생활비에서 남은 건지 모르겠네.
별일 아닌 줄 알았음.
근데 지난달에 카드값 보다가 좀 식겁했지. 천안 집 근처 카페에서 논문 보겠다고 커피 사고, 헬스장 등록비 빠지고(등록만 열심히 함...), 학생들 교재 대신 사주고 나중에 받는 돈까지 섞이니까 머리가 안 돌아감. 이 나이에 석사 하면서 돈 계산까지 헷갈리니 좀 웃기긴 한데 현실임.
그래서 거창한 앱 같은 거 안 쓰고 그냥 통장 하나 따로 뒀음. 부업으로 들어오는 건 일단 거기로. 쓸 때도 되도록 그 통장에서 나가게 하고, 현금으로 받은 건 바로 입금하거나 메모라도 남김. 메모는 대단한 거 아니고 “중2 영어 5월”, “논문 초벌”, “교재비” 이런 식. 나중에 보면 이게 생각보다 살림을 살림.
세금 쪽은 나도 정확히 말 못 함. 해마다 조금씩 헷갈리고, 누구는 사업자 얘기하고 누구는 기타소득 얘기하고, 번역 건도 맡기는 쪽마다 처리 방식이 다르긴 해. 나는 그냥 입금일, 누구한테 받았는지, 대충 무슨 일인지 정도만 남겨두니 나중에 물어볼 때 덜 민망했음. 예전엔 “아마 그때쯤 받은 거 같은데요” 이러고 있었거든. 그 말 하는 순간 내가 봐도 좀 허술함...
계약서도 비슷한 듯. 예전엔 아는 사람 소개로 들어온 번역이면 말 꺼내기 미안해서 그냥 했는데, 수정 범위가 계속 늘어나면 결국 속으로 삭힘. 요즘은 처음부터 길게 안 말하고 “분량이랑 수정 범위만 문자로 남기자” 정도로 얘기함. 딱딱한 계약서까지는 아니어도 문자라도 남아 있으면 서로 덜 어색함. 나도 까먹고 상대도 까먹으니까.
과외비도 날짜 정해두는 게 낫긴 하네. 학생 사정 있으면 당연히 밀릴 수 있는데, 말 없이 밀리면 내 쪽도 계산이 꼬임. 예전엔 나이도 있는데 돈 얘기 자꾸 하는 게 민망해서 그냥 기다렸음. 근데 기다리는 동안 마음만 안 좋아짐. 요즘은 수업 시작할 때 “입금일은 이쯤으로 맞추면 내가 관리하기 편함” 하고 가볍게 말함. 생각보다 아무도 이상하게 안 봄. 내가 혼자 부담 크게 잡은 거지.
올해 목표를 너무 크게 잡았음. 논문도 빨리 쓰고, 과외도 늘리고, 번역도 꾸준히 하고, 운동도 하고. 말만 보면 사람이 셋은 있어야 함. 그래서 요즘은 그냥 덜 꼬이게만 하자 쪽으로 내려왔음. 돈 들어오는 길이 두세 개면 멋있어 보이는데, 막상 관리 안 하면 내가 나를 속이는 느낌이 들더라.
혹시 부업 이제 막 시작한 사람 있으면, 큰 시스템 말고 입금 메모부터 해도 꽤 낫긴 함. 날짜랑 이름만 남겨도 나중에 마음이 덜 불안함. 돈이 많이 늘어나는 건 아닌데, 어디서 새는지 보이는 정도. 그 정도만 보여도 숨통이 조금 트임. 나는 일단 그걸로 버티는 중임. 헬스장은 아직 못 버티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