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 행사 도우미 끝나고 집 가는 길에 문의 하나 들어왔음. 철산역 근처였나... 커피 하나 들고 버스 기다리는데 재능마켓 알림이 와서 봤더니, 상세페이지 문구 좀 다듬어달라는 문의였음.
예전 같으면 바로 “가능함, 원고 보내주면 봄” 이런 식으로 답했을 거 같음. 근데 그렇게 받으면 꼭 나중에 일이 커짐. 문구만 다듬는 줄 알았는데 제품명도 다시 잡아야 하고, 이미지 안에 들어갈 짧은 문장도 생각해달라 하고, 갑자기 썸네일까지 물어보고... 이게 다 일이긴 한데 말로는 되게 작아 보이잖아.
그래서 이번엔 그냥 먼저 물었음. 지금 갖고 있는 원고가 있는지, 판매 페이지가 이미 열려 있는지, 내가 손대야 하는 게 문장 수정인지 새로 쓰기인지. 딱 이 정도만. 길게 안 쓰고 짧게 던졌는데 신기하게도 상대가 자기 상황을 꽤 자세히 써서 보내더라. 원고는 반쯤 있고, 제품 사진은 아직 없고, 상품명도 애매하다고.
여기서 바로 가격 말 안 한 게 좀 괜찮았던 거 같음... 나도 성격 급해서 가격부터 던지고 싶을 때 있는데, 그러면 상대는 제일 싼 쪽으로 이해하고 나는 제일 작은 작업 기준으로 말한 거라 나중에 서로 피곤해짐. 이거 왜 매번 반복했을까 싶네.
그날은 버스에서 대충 읽고 집 와서 다시 답했음. “문장 다듬기면 이 정도, 새로 쓰는 거면 범위가 달라짐” 이런 느낌으로. 정확한 금액은 여기 쓰기 좀 그렇고, 내가 쓰는 단가는 엄청 높은 편은 아님. 그냥 주말 알바랑 같이 하는 부업 수준. 근데 범위를 나눠서 말하니까 상대가 오히려 문장 다듬는 쪽으로 골랐음. 새로 쓰기까지는 아직 필요 없다고.
이게 은근 괜찮더라. 처음부터 다 해줄 수 있다고 하면 좋은 사람처럼 보일 줄 알았는데, 실제론 내가 지치는 쪽이 많았음. 요즘 회사에서도 승진 누락 이후로 기분이 좀 가라앉아 있어서 그런지, 부업까지 애매하게 끌려가면 멘탈이 빨리 닳음. 텃밭 물 주는 것도 귀찮은 날이 있는데 문의 답장에 기 빨리면 좀 그렇잖아...
관찰해보면 재능마켓은 빠른 답장보다 흐릿한 범위를 덜 흐리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듯. 답장을 빨리 해도, 뭘 해주는지 안 정하면 나중에 수정 요청이랑 추가 요청이 한 덩어리로 옴. 반대로 답장이 조금 늦어도 질문이 정확하면 상대도 자기가 뭘 원하는지 다시 보나 봄.
근데 너무 딱딱하게 굴면 또 거래가 끊기지 않나? 나도 그 생각 했는데, 말투를 부드럽게 하고 범위만 분명히 하면 생각보다 괜찮았음. “이건 추가 작업임” 이렇게 세게 쓰는 것보다 “여기부터는 새 작업으로 봐야 할 거 같음” 정도가 덜 튐.
이번 건 결국 작은 작업으로 끝났고 수정도 한 번만 왔음. 돈이 엄청 된 건 아닌데, 끝나고 찝찝함이 없었음. 그게 제일 크더라. 문의 들어오면 바로 가격표 던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요즘 첫 답장에 질문 두세 개 넣는 쪽으로 굳어지는 중임... 생각보다 일이 작아지는 느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