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퇴근하고 저녁 먹고 나서 잠깐씩 외주 문의 보는 중인데, 어제는 좀 신기하게 편했음. 보통 “이거 간단한 건데 얼마예요?”로 시작하면 머리부터 살짝 지끈하잖아. 간단하다는 말이 제일 무서운 말 맞지 않나?
근데 이번 분은 처음부터 화면 녹화 짧게 보내주고, 옆에 메모로 “여기 버튼 누르면 이 화면으로 갔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써놨더라. 한 2분짜리였나. 그거 보니까 내가 다시 물어볼 게 반으로 줄었음. 괜히 캡처 열 장보다 훨씬 낫네 싶었어요.
나도 예전엔 견적 빨리 던지는 게 성의 있어 보이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그냥 처음에 같이 화면 한번 보고 말 맞추는 게 서로 덜 피곤한 듯. 특히 관리자 페이지나 예약 폼 같은 거는 말로 들으면 다 비슷한데 실제 눌러보는 흐름 보면 “아 이건 그냥 문구 수정이 아니구나” 바로 보임.
웃긴 건 그렇게 해도 꼭 빠지는 게 있음. 알림톡이 붙어 있다거나, 엑셀 다운로드가 사실 기존 양식이랑 맞아야 한다거나. 이런 건 클라이언트도 처음엔 까먹는 듯해요. 나도 회사 일 하면서 뭔가 요청할 때 다 말한 줄 알았는데 빠뜨리는 거 많아서 뭐라 못 함 ㅋㅋ
그래서 요즘은 견적 말하기 전에 “지금 쓰는 화면 있으면 짧게 찍어서 보여주세요” 이 한 문장을 먼저 던져봄. 부담스러워하는 분도 있는데, 의외로 폰으로 대충 찍어서 보내주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화질이 엄청 좋을 필요도 없고 그냥 흐름만 보이면 됨.
단가도 이게 은근 영향을 주는 느낌. 정확히 얼마 오른다 이런 건 아닌데, 처음에 범위가 보이면 나도 괜히 낮게 불렀다가 수정 지옥 가는 일을 덜 함. 지난주쯤에도 비슷한 건으로 처음엔 가볍게 봤다가 녹화 보고 나서 “이건 페이지 하나가 아니라 권한까지 봐야겠는데요” 하고 말 바꿨음. 좀 민망했지만, 초반에 말한 게 차라리 낫더라.
퇴근길에 편의점 커피 사 들고 와서 이런 거 하나씩 배우는 중임. 외주가 뭔가 거창한 사업 같았는데, 실제로는 서로 말 안 맞아서 생기는 시간 줄이는 게 반인 거 같기도 해요. 견적보다 대화 방식이 먼저인가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