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일 좀 비어서 근처 카페 갔다가 문서 교정 의뢰 하나 봤거든. 디자인 외주 하면서 가끔 제안서 다듬는 건 해봤는데, 순수 교정 쪽은 볼 때마다 범위가 참 애매함.
처음 올라온 글에는 “A4 18장 보고서 맞춤법이랑 문장만 봐주실 분” 이렇게 돼 있었음. 금액은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한 2만 원대였던 듯. 그냥 맞춤법만 보면 금방 끝나겠지 싶어서 연락할까 하다가, 첨부 예시를 보니까 문장이 좀 많이 엉켜 있더라. 표 제목도 제각각이고, 문단마다 말투도 섞여 있고, 조사 틀린 건 기본이고.
아 진짜 이런 건 맞춤법 교정이 아니라 거의 문서 재작성 가까운 거 아닌가 싶었음.
근데 의뢰하는 사람 입장에선 다 “교정”이라고 생각하나 봄. 글자 틀린 거 고치는 것도 교정, 문장 자연스럽게 바꾸는 것도 교정, 보고서 흐름 잡는 것도 교정. 심지어 한글 파일 여백 맞추고 표 번호 다시 잡는 것도 교정 안에 넣어버리는 경우 있잖아. 막상 받아보면 손대는 시간이 완전 달라짐.
예전에 나도 회사 제안서 비슷한 거 외주로 조금 봐준 적 있는데, 처음엔 “문장만 살짝 봐달라”였음. 그래서 한두 시간 잡았지. 근데 파일 열어보니 목차랑 본문 제목 번호가 안 맞고, 같은 항목이 두 번 나오고, 앞에서는 “고객”이라고 하다가 뒤에서는 “사용자”라고 하고 난리였음. 그거 그냥 놔두고 맞춤법만 고치면 이상한 문서가 되는 거라 결국 흐름까지 손댔거든. 끝나고 나니 저녁 다 날아감 ㅋㅋ
문제는 이런 걸 미리 말하기가 또 애매함. “이건 단가 더 받아야 함” 하면 상대는 처음부터 비싸게 부른다고 느낄 수 있고, 그냥 받으면 내가 손해고. 에휴, 문서 쪽은 시작 전에 샘플 몇 장이라도 꼭 봐야 하는 듯.
요즘 올라오는 교정 알바 글들 보면 단가가 들쭉날쭉한 것도 결국 이거 때문 같음. 같은 10장이어도 그냥 오탈자만 있는 글이랑 문장 구조 자체가 무너진 글은 완전 다른 일인데, 글 제목만 보면 둘 다 “교정”임. 그래서 금액만 보고 싼지 비싼지 판단하기도 어렵고.
나는 이제 문서 작업 들어오면 대충 세 가지는 먼저 봄. 오탈자만 고치는 건지, 문장 손봐도 되는지, 형식까지 맞춰야 하는지. 이거 안 나눠두면 나중에 “이 부분도 자연스럽게 바꿔주실 수 있냐”가 계속 붙음. 한 번은 표 안 문구까지 다 고쳐달라 해서 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열었음.
문서작성 쪽 부업이 진입은 쉬워 보여도 은근 손목이랑 머리 같이 갈리는 일임. 특히 보고서나 논문 비슷한 건 단어 하나 바꾸는 것도 조심스럽고, 너무 많이 고치면 원문 느낌 없어졌다 하고, 덜 고치면 뭐가 바뀐 거냐고 할 수도 있음. 이 경계가 제일 피곤한 듯.
어제 그 의뢰는 결국 안 잡았음. 스마트스토어 매출 그래프 보다가 머리 아픈 상태였는데, 거기에 18장 보고서까지 잡으면 밤에 헬스장 또 안 갈 핑계만 늘어날 거 같아서. 뭐 어차피 등록만 해놓고 잘 안 가긴 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