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게 문 닫고 손톱 파일 정리하다가 갑자기 허리가 뻐근해서 그냥 바닥에 앉아 있었음. 예약 디엠 몇 개 답하고 나니까 또 밤 9시 넘었고. 이 시간에 한강 한 바퀴 뛰면 잠은 잘 오는데, 요즘은 산책 대타 몇 번 해보니까 내 러닝보다 남의 강아지 산책 시간이 더 신경 쓰이네.
부업 첫 건 들어왔을 때는 그냥 걷는 거니까 되겠지 했는데, 막상 해보면 걷는 게 다가 아니긴 함. 특히 저녁 산책은 애들도 예민하고 보호자도 은근 신경 많이 씀. 낮에는 동네가 좀 비어 있어서 괜찮은데 퇴근 시간 지나면 자전거, 킥보드, 배달 오토바이, 애들 뛰는 소리까지 다 섞여서 강아지 성격 모르면 좀 정신 없음.
나는 처음 맡을 때 무조건 평소 산책길부터 물어봄. 어디로 가면 잘 걷는지, 어디서 버티는지, 다른 개 보면 어떻게 하는지. 이거 안 물어보고 나가면 진짜 아오 싶을 때 있음. 한 번은 공원 입구까지만 가면 된다고 해서 갔는데 거기 고양이 자주 나오는 길이었나 봄. 애가 갑자기 몸 낮추고 버티는데 힘도 세고 나도 당황하고. 그 뒤로는 고양이, 비둘기, 킥보드 이런 거 반응도 물어봄. 사소한데 안 사소함.
비 올 것 같은 날도 애매함. 보호자는 “잠깐만 나가도 돼요” 하는데 애는 젖는 거 싫어하고, 나는 우산 들고 리드줄 잡고 배변봉투까지 챙기면 손이 모자람. 그래서 요즘은 작은 수건 하나 그냥 가방에 넣어둠. 발만 닦아도 집 들어갈 때 서로 덜 민망함. 뭐 대단한 준비물은 아닌데 있고 없고 차이 있음.
사진도 생각보다 기준이 다르더라. 어떤 집은 산책 중 사진 두세 장이면 충분하고, 어떤 집은 배변 여부랑 물 마셨는지까지 메시지로 남겨주길 원함. 나는 그냥 출발할 때 한 장, 중간에 한 장, 들어가기 전에 한 장 정도 보냄. 너무 많이 찍으려고 하면 산책이 아니라 촬영하러 나온 사람 됨. 강아지도 자꾸 멈추고. 지난주쯤 맡은 집은 사진보다 “오늘 컨디션 어땠는지” 짧게 써주는 걸 더 좋아했음. 이런 건 미리 말 맞추는 게 편하긴 해.
간식은 아직도 좀 조심스러움. 내 가방에 아무거나 넣고 다니는 건 안 하는 편임. 알레르기 있는 애들도 있고, 보호자가 먹이는 브랜드 따로 있는 경우도 있어서. 한 번은 보호자가 준 간식만 주라고 해서 딱 그것만 줬는데, 애가 다른 강아지 간식 냄새 맡고 난리 나서 괜히 미안했음. 그래도 마음대로 주는 것보단 낫지 뭐.
시간 계산은 계속 애매함. 30분 산책이면 집 앞에서 리드줄 받고 나가는 순간부터인지, 엘베 타고 내려가는 시간까지 포함인지, 끝나고 발 닦고 물 채워주는 시간까지인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름. 나는 이제 처음부터 “문 앞 인수부터 다시 문 앞까지로 볼게” 이런 식으로 말해둠. 너무 계산적인가 싶어도 나중에 덜 피곤함. 미친, 이거 말 안 해두면 서로 속으로만 찝찝해짐.
마포 쪽은 골목이 좁은 데가 많아서 밤에는 조명이 좀 밝은 길로 도는 게 낫더라. 강아지가 잘 걷는 길이어도 사람 없는 골목으로 오래 들어가면 나도 별로고 보호자 입장에서도 위치 공유만 보고 불안할 수 있음. 위치 공유는 앱에 있으면 켜고, 없으면 중간에 동네 이름 정도만 말해줌. 너무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것도 부담이라 적당히.
요즘 느끼는 건 산책 부업이 돈보다 신뢰 쌓는 일이 더 큰 거 같음. 한 번 편하게 맡긴 집이 다음에 또 연락 주는 구조라서, 처음에 별거 아닌 말 맞추는 게 오히려 제일 중요함. 가격을 얼마 받냐보다 “이 사람한테 맡겨도 오늘 별일 없겠네” 이 느낌이 먼저인가 봄.
나도 아직 몇 건 안 해봤지만, 손님 예약 받는 거랑 비슷한 면이 있음. 처음에 말이 짧으면 나중에 꼬이고, 처음에 너무 장황하면 또 부담스럽고. 그냥 필요한 것만 담백하게 묻고, 산책 끝나면 상태만 남기는 게 제일 나은 듯.
근데 강아지들이 집 앞 다 와서 갑자기 더 걷겠다고 버틸 때는 좀 웃김. 나도 퇴근하기 싫을 때 있어서 이해는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