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번역 외주 조금씩 찔러보는 중인데, 단가보다 먼저 봐야 되는 게 있긴 하네.
나는 원래 유튜브 자막 만지다 보니까 영상 쪽 번역이 좀 편할 줄 알았거든. 내 채널도 작게 굴리고 있고, 수익화 들어가는 중이라 자막 파일 만지는 건 익숙함. srt 열고 닫고, 컷 맞추고, 말 줄이는 거. 그래서 자신 있었는데 의뢰로 받으니까 완전 다름.
지난주쯤 짧은 영상 번역 문의 하나 받았는데, 처음엔 분량만 보고 괜찮다 싶었음. 8분 조금 넘는 영상이었고, 영어 자막은 이미 있다 해서 아 이건 금방이네 했지. 근데 받아보니까 자막이 자동 생성이라 문장 끊김이 이상했음. 화자도 두 명 섞여 있고, 브랜드명 비슷한 단어가 계속 헷갈리게 나옴. 번역보다 원문 다듬는 시간이 더 걸림.
이거 은근 큼.
그 뒤로 문의 오면 원문 상태부터 물어봄. 영상 길이보다 자막 파일이 있는지, 그게 사람이 만든 건지 자동 자막인지, 화면에 박힌 텍스트도 번역해야 하는지. 이런 거 안 물으면 나중에 내가 혼자 끙끙대게 되더라. 단가는 플랫폼마다 분위기 다르고, 사람마다 다 달라서 뭐라 못 박긴 애매함. 내가 본 건 짧은 영상은 몇 만원대부터도 있고, 급하면 더 붙는 느낌이긴 했는데 지난주에 본 거라 지금도 같은지는 모름.
문서 번역도 비슷한 듯. 예전에 독서 모임에서 알게 된 분이 간단한 소개서 번역 부탁해서 해봤는데, A4 몇 장이라 만만하게 봤다가 회사 내부 용어 때문에 멈칫함. 번역 자체보다 용어 통일하는 게 더 오래 감. 처음에 용어표 한 줄이라도 받아두는 게 진짜 편했음. 없으면 내가 임시로라도 메모장에 단어 적어두고 쭉 맞추는 중. 광명역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하나 시켜놓고 했는데, 커피값 생각나서 더 열심히 한 것도 있음. 비상금 1천 모아야지 뭐...
요즘 느끼는 건 샘플 보낼 때도 그냥 본문만 툭 던지는 것보다 파일명이나 메일 제목이 생각보다 사람 느낌 많이 남는다는 거임. 너무 거창하게 꾸밀 필요는 없는데, 날짜랑 이름이랑 언어쌍 정도만 박아도 덜 대충 보임. 나도 처음엔 sample_final_진짜최종 이런 식으로 보냈다가 좀 민망했음.
통역 쪽은 아직 직접 받은 건 없고 주변 말만 들었는데, 이동 시간 계산 안 하면 남는 게 별로 없을 때 있다 함. 특히 경기에서 서울 넘어가는 건 왕복 시간이 은근 큼. 돈만 보고 오케이 했다가 반나절 날아가면 그날 다른 일 못 함. 나는 아직 영상이랑 짧은 문서 위주로 보는 게 맞는 거 같음.
그래도 뭔가 재밌긴 함. 내가 평소에 하던 자막 일이 돈이랑 이어지는 느낌이라 좀 들뜸. 한 건 하고 나면 다음엔 질문을 더 잘하게 됨. 그게 제일 남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