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잡클럽

월세방 비면 보이는 것들

출근전끄적Lv.12026년 5월 18일조회 9추천 0댓글 5
광고이 게시물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요즘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 괜히 부동산 앱 한 번씩 눌러보게 됨. 내 방만 안 나가나 싶어서 근처 매물도 보고, 사진 올라온 거 보고, 가격도 대충 훑어보고. 노원 쪽도 예전처럼 올려놓으면 바로 연락 오는 분위기는 아닌 거 같음.

공실 한 달째 되니까 별게 다 눈에 들어오네. 처음엔 그냥 운이 좀 없나 했는데, 비슷한 평수에 관리비 낮게 적은 데가 확실히 조회가 붙는 듯함. 월세를 2만 3만 낮추는 것보다 관리비가 높아 보이면 사람들이 아예 눌러보지도 않는 느낌임. 실제로는 수도 전기 따로라 큰 차이도 아닌데, 첫 화면에서 보이는 숫자가 참 무섭지.

지난주에 중개사무소 들렀는데 거기 사장도 요즘은 사진이랑 첫인상이 반이라고 하더라. 나야 뭐 사진 대충 찍어도 방만 깨끗하면 되겠지 했는데, 세입자 입장에선 그게 다인가 봄. 형광등 누런 사진, 세탁기 위에 먼지 낀 거, 창문 쪽 어둡게 나온 거 이런 게 생각보다 크게 보이나 봐. 아오. 내가 봐도 내 매물 사진 좀 칙칙했음.

주말 등산 갔다가 같이 다니는 형님이 원룸 하나 돌린다길래 물어봤더니, 그 사람은 공실 생기면 바로 커튼 떼고 바닥 닦고 전구부터 바꾼다 함. 돈 많이 쓰는 수리 말고 그냥 사람이 들어와 살 수 있겠다는 느낌만 먼저 만든다나.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함. 빈방은 이상하게 더 낡아 보임. 사람이 살 땐 몰랐던 흠집도 괜히 튀어나오고.

나도 이번에 방 보러 온 사람 두 팀 있었는데 둘 다 오래 보지도 않고 감. 하나는 주차 얘기하다 끝났고, 하나는 햇빛이 생각보다 안 든다고 하더라. 그 말 들으니까 괜히 오전 시간대에 사진 다시 찍어야 하나 싶었음. 저녁에 찍은 사진 올려놓고 햇빛 얘기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 ㅠㅠ

임대수익이라고 말은 그럴듯한데 공실 한 달이면 그냥 지출임. 대출이자에 관리비에 중개수수료 생각하면 월세 몇 달치가 머릿속에서 먼저 빠져나감. 미친. 세입자 있을 때는 연락 오면 귀찮고, 없으면 연락 안 와서 더 귀찮네.

이번 주엔 그냥 월세를 살짝 낮추든지 사진부터 다시 찍든지 해야 할 듯함. 방이 안 나가면 내가 뭘 잘못 보고 있는지부터 봐야 되나 봄. 괜히 시세 탓만 하다가 한 달 더 비면 그게 더 손해라서.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