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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 맡기고 배운 거

이직고민중Lv.12026년 5월 22일조회 180추천 0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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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외주 맡길 때 말로 설명하면 알아서 해주겠지 싶었던 사람 나만 그런가? 나만 그런 거면 좀 민망한데, 지난주에 짧은 강의 홍보 영상 하나 맡겼다가 돈도 시간도 애매하게 날리고 이상하게 정신은 좀 맑아짐.

퇴사하고 나서 시간은 많은데 통장은 얇잖아. 그래서 대행 일 들어오는 거 말고도 강의 쪽을 조금 키워보려고 숏폼 몇 개 뽑아보자 싶었음. 유튜브 알고리즘에 계속 “요즘은 짧은 영상이 답” 이런 게 뜨니까 또 혹하더라. 밤에 본가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놓고 견적 보내고, 샘플 몇 개 보고, 제일 저렴하진 않은데 말이 빠른 사람한테 맡김. 뭔가 빨리 해줄 것 같았음.

문제는 내가 자료를 너무 대충 줬다는 거지.

“깔끔한 느낌”, “너무 광고 같지 않게”, “40대도 볼 수 있게”, “자막은 요즘 스타일로” 이런 말만 잔뜩 했음. 지금 생각하면 이게 뭔 소리임... 내 머릿속에는 분명 그림이 있었는데 상대방은 내 머릿속에 못 들어오잖아. 받은 첫 편집본은 내가 싫어하는 과한 효과가 다 들어가 있었고, 음악도 좀 세고, 자막도 너무 번쩍거렸음. 근데 이걸 보고 뭐라 해야 할지도 애매했음. 내가 애초에 기준을 안 줬으니까.

수정 두 번 오가고 나니까 서로 지침. 금액은 엄청 큰돈은 아니었는데 한 7만원쯤? 정확히는 기억 안 나고 아무튼 커피값 몇 달치는 됐음. 더 아까운 건 그 영상 쓰지도 못했다는 거. 올릴까 말까 하다가 결국 비공개 폴더에 넣어둠. 프리랜서 마케터가 이런 거에서 삽질했다는 게 좀 웃기긴 함. 남의 광고문구는 그렇게 뜯어보면서 내 일은 왜 이렇게 흐물흐물하게 던졌는지.

근데 이번에 배운 건 있음. 다음부터는 말로 설명하지 말고, 마음에 드는 영상 링크 두세 개랑 싫은 예시 하나를 같이 줘야겠다는 거. 그리고 완성본부터 맡기지 말고 앞부분 10초 정도만 먼저 받아보는 식으로 해야 할 듯. 이것도 상대방이 싫어할 수 있으니 돈은 작게라도 주고 테스트로. 무료로 해달라는 건 괜히 관계만 이상해지는 거 같음.

오늘 오전에 예전 노션 뒤지다가 내가 예전에 강의안 만들 때 쓰던 참고 폴더를 찾았는데, 거기에 그냥 내가 좋아하는 자막 스타일이랑 썸네일 느낌이 쌓여 있었음. 아니 이걸 왜 안 줬지? 순간 좀 반가웠음. 실패한 건 실패인데 다음 판은 덜 헤맬 수 있겠다 싶어서.

외주가 문제라기보다 내가 주문을 못한 쪽에 가까웠네. “알아서 예쁘게”가 제일 비싼 말인 듯? 돈 많은 회사면 여러 번 갈아엎어도 되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한 번 삐끗하면 바로 출혈임. 특히 부업 실험하는 입장에서는 작은 돈도 은근 타격이 있잖아.

그래도 이번 일 덕분에 내 일 맡길 때 최소한의 기준 파일은 만들어둬야겠다고 마음먹음. 대단한 문서 말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예시, 싫어하는 예시, 꼭 들어갈 문장, 절대 빼야 할 표현 정도만. 이 정도만 있어도 서로 덜 피곤할 거 같음.

다음엔 영상 말고 상세페이지 작은 거 맡겨볼까 하는데, 그 전엔 내가 먼저 샘플 한 장이라도 만들어보려고 함. 외주비 아끼려는 게 아니라 외주비 날리지 않으려고. 이게 이제 와서 알게 된 게 좀 늦은 감은 있는데, 그래도 지금 알았으니 다행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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