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편의점 물류를 며칠 찍먹해봤는데 생각보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알게 되는 일이었음. 공고만 봤을 땐 그냥 박스 받고 진열 좀 하고 끝나는 줄 알았지. 막상 가니까 물건 들어오는 시간이 애매해서 잠깐 멍 때리다가 확 몰아치고, 또 조용해지고 그런 식이네.
나는 관악 쪽에서 갔고 시간은 새벽 2시 넘어서 시작하는 데였음. 지하철은 없으니까 버스 끊기는 거랑 택시비가 은근 신경 쓰임. 이게 돈 벌자고 가는 건데 집에 올 때 괜히 5천원쯤 더 쓰면 마음이 좀 삐딱해짐. 아아 사 마시는 돈도 아까워지는 단계가 오네 뭐.
일 자체는 엄청 어려운 건 아닌 듯. 라면, 과자, 음료, 냉장 쪽 나눠서 넣고 유통기한 앞쪽으로 빼고. 근데 냉장 음료 박스가 생각보다 무겁고 허리 숙이는 게 계속 반복됨. 20대면 그냥 하고 말 텐데 50 넘어가니까 다음날 무릎이 먼저 후기 남김. 웃긴 건 손은 바쁜데 머리는 또 딴생각 함. 인스타 공구 이번 주도 원가랑 택배비 빼면 남는 거 있나, 이런 거 계속 계산하다가 컵라면 줄 삐뚤게 넣고.
손님은 별로 없어서 그건 괜찮았음. 새벽 손님들은 대체로 말 짧고 빨리 나감. 취객 한두 명은 있었는데 큰일은 없었고, 오히려 조용해서 팟캐스트 생각남. 출퇴근길에 듣던 거 이어 들을까 했는데 일하면서 이어폰은 눈치 보여서 못 했음. 매장마다 다르겠지만 사장이 같이 있는 날은 아무래도 더 조심스럽고, 혼자 맡기는 시간은 편한 대신 계산 실수하면 내 머리만 복잡해짐.
시급은 내가 봤던 공고 기준으로는 그냥 최저에서 조금 붙은 정도였나 그랬음. 지난주쯤 본 거라 지금은 모르겠고. 새벽이라 확 많이 줄 줄 알았는데 기대하면 좀 김 빠지는 느낌. 그래도 낮에 시간 비워야 하는 사람한텐 나쁘진 않을 듯. 나는 낮에 공구 문의 답하고 송장 확인하고 이러니까 새벽에 몸 쓰면 낮에 정신이 흐려져서 그게 문제였음. 돈은 벌었는데 본업인지 부업인지 다 같이 흐려지는 기분.
좋았던 건 확실히 시간이 빨리 감. 박스 까고 진열하고 폐기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밖이 파래져 있음. 그때 집에 가는 길이 좀 이상함. 남들은 이제 출근하는데 나는 이미 하루 반쯤 쓴 사람 같고. 관악산 쪽 공기 차가운 날엔 괜히 건강해진 척도 하게 됨. 근데 집 와서 누우면 잠이 바로 오는 것도 아니고, 폰으로 주문 들어온 거 확인하다가 또 눈 떠짐. 이러면 새벽 알바의 장점이 어디까지인지 헷갈림.
며칠 해보니 오래 할 일인지 아닌지는 자기 생활 리듬이 거의 다 정하는 것 같음. 힘든 건 참겠는데 잠이 꼬이면 짜증이 사람 말투에 묻어남. 나도 문의 답장하다가 괜히 딱딱하게 쓴 거 보고 지웠음. 돈 벌려고 시작했는데 사람까지 마르는 건 좀 아니니까.
그래도 새벽 진열이나 물류 궁금하면 하루 이틀 해보는 건 나쁘지 않음. 공고 문장만 보고 상상하는 거랑 실제로 박스 들고 냉장고 앞에 서는 건 완전 다르니까. 나는 당장은 고정으로 하긴 어렵고, 단기 뜨면 컨디션 봐서 한 번씩만 볼 듯. 손익분기 못 넘긴 지 6개월째라 마음은 급한데 몸은 그렇게 안 급하다고 계속 말하는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