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일은 시작 시간보다 끝나는 시간이 더 크게 느껴짐.
나 요즘 외주 그림 일이 들쭉날쭉해서 새벽 쪽 알바 글을 계속 보게 되는데, 지난주쯤 동네 근처 물류 보조랑 편의점 진열 쪽 몇 개 훑어봤거든. 사하구에서 움직이다 보니 버스 첫차 시간이 은근히 걸림. 일은 2시 시작, 6시 끝 이런 식이면 괜찮아 보이는데 막상 끝나고 집까지 오는 길 계산하면 그날 오전이 거의 날아가네.
특히 새벽 4시 반이나 5시에 끝나는 건 애매함. 그 시간에 바로 집 가기도 그렇고, 어디 들어가 앉아 있기도 좀 그렇고. 근처 카페가 6시 넘어야 여는 데가 많아서 그냥 편의점 앞에서 멍 때리게 될 거 같음. 나이 먹어서 그런가 이런 대기 시간이 더 피곤하게 느껴진다.
시급은 대충 야간 붙어서 나쁘지 않아 보이는 것도 있긴 했음. 지난주에 봤을 땐 한 시간에 만원대 초중반쯤 적힌 데도 있었고, 건별로 주는 행사 스태프 같은 건 더 들쭉날쭉했음. 근데 금액만 보면 혹하고, 이동이랑 대기 빼면 그렇게 큰 차이 안 나는 느낌. 밥값도 들어가고. 나는 배달앱을 너무 자주 써서 그런지 괜히 새벽 끝나고 뭐 시켜 먹을 생각부터 하는데, 그럼 번 돈이 또 샌다 ㅋㅋ
하나 더 느낀 건 새벽 알바는 체력보다 리듬이 문제 같음. 몸 쓰는 건 몇 시간 버티면 되는데, 돌아와서 낮에 그림 수정 들어오면 머리가 안 돌아갈까 봐 그게 더 걱정임. 이모티콘 작업은 손도 손인데 표정 잡는 게 은근 집중이 필요해서, 잠이 깨진 날은 선이 자꾸 삐끗함. 손목도 예전 같지 않고.
그래도 장점은 있더라. 사람 많이 안 마주치는 일은 확실히 마음이 덜 시끄러움. 밤에 진열하거나 창고 정리하는 쪽은 말 많이 안 해도 되는 분위기라면 나한테는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음. 괜히 낮 시간 서비스직보다 낫겠다 싶기도 하고요. 말 섞는 게 싫은 날이 있잖아.
요즘 보니까 새벽 행사 스태프도 생각보다 자주 올라오던데, 문제는 장소가 매번 달라지는 거. 부산 안에서도 끝이 다르면 택시비가 확 튀니까 좀 무섭다. 사상이나 해운대 쪽이면 시간표부터 다시 봐야 됨. 한 번 나가서 4만, 5만 벌어도 새벽 택시 타면 마음이 팍 식을 듯.
나는 그래서 당장 지원한다면 집에서 가까운 고정 새벽 진열 쪽을 먼저 볼 거 같음. 주 2회 정도면 그림 일에도 덜 밀리고. 너무 욕심내서 주 4회 들어가면 분명히 며칠 뒤에 후회할 스타일임. 나를 너무 잘 알아서 문제지.
근데 또 막상 새벽에 조용히 일하고 아침 공기 맞고 들어오면 기분은 괜찮을 것 같기도 함. 이상하게 밤에는 생각이 단순해져서. 돈 벌러 나간 건데 산책한 척하게 되는 그런 느낌 있잖음...
그래도 끝나는 시간부터 봐야겠다. 시작보다 그게 더 현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