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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QR 보니 좀 혹하네

foggy_brainLv.12026년 5월 21일조회 22추천 0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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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배달 한 바퀴 돌다가 근처 작은 카페 앞에서 기타 치는 사람을 봤음. 남구 쪽 산책로 이어지는 골목인데, 원래 그냥 커피 냄새 나고 차 지나가는 그런 데라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소리가 은근 좋아서 잠깐 섰네.

근데 앞에 놓인 안내판에 후원 QR이 붙어 있더라. 크게 붙인 것도 아니고 공연 제목 밑에 작게. 문구도 부담스럽게 “후원 부탁” 이런 느낌이 아니라, 마음 가면 커피값 보태달라는 식이었음. 정확한 문장은 기억 안 나는데 되게 가벼웠다. 이게 생각보다 거슬리지 않네 싶었음.

나도 요즘 퇴직 앞두고 부업이니 뭐니 글을 자꾸 보게 되니까 그런 게 눈에 들어오나 봄.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숫자 보고, 퇴근하면 배달앱 켜고, 집에 와서는 이런 게시판 보면서 남들은 뭘로 조금씩 벌까 구경하고. 음악 쪽은 내가 직접 할 건 없지 싶었는데, 동네 공연도 이렇게 작게 연결해두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덜 민망한가 싶네...

옛날엔 길거리 공연 보면 현금통 있는 게 자연스러웠는데, 요즘은 현금 안 들고 다니니까 그냥 지나치게 되잖아. 나도 동전 같은 거 거의 없음. 카드지갑 하나 들고 다니거나 폰만 들고 나가니까. QR 있으면 한 2천원, 3천원이라도 보내는 사람 있을 거 같음. 물론 실제로 얼마나 들어오는지는 모르지. 옆에서 보니까 어떤 젊은 사람이 폰 들고 찍는 것 같긴 했는데 보냈는지 그냥 구경한 건지 그건 모름.

좀 재밌었던 건 공연자가 그 QR 얘기를 거의 안 하더라는 거. 노래 끝나고 “뒤에 살짝 있습니다” 정도로만 말하고 바로 다음 곡 들어감. 그게 오히려 괜찮았음. 계속 후원 얘기하면 듣는 맛이 깨질 텐데, 그냥 놓여 있으니 선택지는 생기고 분위기는 안 깨지고. balance가 맞는 느낌.

다만 글씨가 너무 작으면 나 같은 사람은 잘 안 보임. 밤에는 더 그렇고. 조명도 카페 간판 불빛에 기대는 정도라 QR은 보이는데 설명문은 흐릿했음. 공연 공지에 붙이는 것도 비슷할 듯. 너무 크게 하면 장사처럼 보이고, 너무 작으면 아무도 못 보고. 이 중간이 참 애매하네 뭐.

혹시 여기서 실제로 공연하는 사람들은 QR을 어디다 두는 게 제일 낫나. 스탠드 앞? 안내판 아래? 공연 공지 이미지 맨 밑? 나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노래 제목이나 일정 다 보고 마지막쯤 보이는 게 덜 부담스럽던데, 또 너무 밑이면 그냥 지나갈 거 같기도 함.

카페 안에서 하는 작은 공연이면 계산대 옆에 작은 안내가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음. 밖에서 버스킹이면 보면대 아래보다 바닥에 세워둔 안내판이 낫고. 내가 공연자가 아니라서 다 맞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본 건 괜히 기분 좋아서 계속 생각남.

동네에서 누가 자기 노래 부르고, 지나가던 사람이 잠깐 서고, 돈은 꼭 아니어도 QR 하나로 “응원할 길”이 생기는 게 좀 신기했음. 나이 먹어도 이런 건 괜히 새롭네. 나도 뭘 하나 배워서 할 수 있나 싶다가도 손가락 굳어서 기타는 무리인가 싶고... 그냥 산책하다 공연 보이면 커피값 정도는 한번 보내볼까 그런 생각은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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