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밤에 산책 나가면 마포 쪽도 은근 조용하네. 예전엔 퇴근하고 그냥 누워 있었는데, 요즘은 시간이 좀 남으니까 괜히 동네 한 바퀴 돌고 들어옴. 걷다가 생각이 많아지는 날도 있고, 그냥 편의점 커피 하나 사서 들어오는 날도 있고.
퇴사하고 나서 제일 달라진 게 월급날이 사라졌다는 거임.
월급 받을 땐 돈 관리 못해도 대충 다음 달에 또 들어오겠지 했는데, 지금은 부업으로 들어오는 돈이 들쭉날쭉하니까 통장 하나에 다 섞이는 게 꽤 불안하더라. 이게 수입인지, 생활비인지, 투자할 돈인지 잘 안 보임. 숫자는 있는데 감이 안 잡힌달까.
그래서 지난달부터 부업 돈 들어오는 통장을 아예 따로 뺐음. 큰 건 아니고 광고 정산 비슷한 거, 작업비 조금, 플랫폼에서 들어오는 자잘한 돈들. 들어오면 바로 다 쓰는 게 아니라 일단 그 통장에 며칠 둠. 이상하게 바로 옮기면 내 돈 아닌 것 같고, 며칠 지나면 좀 차분해짐. 나만 그런가?
그다음에 한 번에 나눔. 생활비로 쓸 거 조금, 세금 대비로 빼둘 거 조금, 투자로 보낼 거 조금. 예전엔 남는 돈으로 투자한다고 생각했는데 남는 돈이란 게 잘 안 남더라. 그래서 그냥 들어올 때부터 쪼개는 쪽으로 바꿨음.
투자는 요즘 좀 심심하게 하고 있음. 국내 주식은 기존에 보던 것만 아주 조금씩, 코인은 예전처럼 막 들어가진 않고 자동으로 소액만. 사실 코인은 앱 열 때마다 마음이 흔들려서 자주 안 보는 게 제일 나은 듯함. 많이 벌자보다 안 망가지자가 먼저인 시기라 그런가 봄.
한동안 승진 누락되고 나서 괜히 증권앱을 더 많이 봤거든. 회사에서 인정 못 받았으니까 돈으로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근데 그렇게 하면 더 급해짐. 손실 조금만 나도 기분이 확 내려가고, 수익 조금 나면 또 더 넣고 싶고. 이게 재테크인지 감정풀이인지 헷갈렸음.
요즘은 그래서 부업 수입을 투자 성과랑 바로 연결 안 하려고 함. 이번 달에 부업으로 얼마 벌었으니 그만큼 주식 넣자, 이런 식으로 안 하고 그냥 비율만 대충 정해둠. 정확한 비율은 계속 바뀌는데, 현금 쪽을 생각보다 넉넉히 둔다. 퇴사 상태라 그런지 현금이 수익률보다 마음에 더 크게 작용하네요.
웃긴 건 이렇게 나눠놓으니까 돈이 확 늘진 않는데 덜 새는 느낌은 있음. 배달 한 번 시키려다가도 이건 생활비 통장에서 나가는 거네 싶으면 한 번 멈칫함. 물론 결국 시킬 때도 있음. 사람인데 뭐.
앱 기능도 요즘 자동이체나 저금통 같은 게 많긴 한데, 나는 너무 복잡하게 설정하면 또 안 보게 되더라. 그냥 통장 이름을 노골적으로 해놨음. 생활, 세금, 투자, 대기. 별거 아닌데 이게 제일 오래 감.
부업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은 투자 전에 돈 흐름부터 따로 보는 게 은근 괜찮은 거 같음. 수익률보다 먼저 어디서 들어와서 어디로 나가는지 보는 거. 너무 당연한 말인데 막상 해보면 귀찮아서 안 하게 되잖아.
나도 아직 자리 잡은 건 아니고 계속 바꾸는 중임. 다음 달엔 또 마음 바뀔 수도 있음. 근데 지금은 적어도 통장 하나에 다 섞여서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보단 낫다 싶음. 돈이 많아서 나누는 게 아니라, 적고 들쭉날쭉하니까 더 나누게 되는 쪽에 가깝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