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잡클럽

작업대 밑판 깔아봄

전환율마법Lv.12026년 5월 21일조회 15추천 0댓글 5
광고이 게시물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어제 퇴근하고 집 들어오는데 영등포 쪽 바람이 묘하게 미지근하더라. 이제 진짜 반팔 꺼내도 되나 싶었음. 근데 또 밤에 배달 몇 건 돌면 손끝은 차고, 집 오면 포장해야 되고, 사람 인생이 왜 이렇게 다단계처럼 이어지는지 모르겠네.

그래도 어제는 좀 기분 좋았음.

내가 작은 키링이랑 패브릭 소품 위주로 팔고 있는데, 사진 찍을 때마다 바닥이 너무 제멋대로였거든. 책상 나무 무늬, 커팅매트 초록색, 흰 종이 깔았다가 구겨진 자국 보이고. 상품은 나쁘지 않은데 사진이 자꾸 급하게 찍은 느낌이라 괜히 마음에 걸렸음.

그래서 큰돈 쓴 건 아니고, 문구점에서 회색빛 도는 얇은 보드지 몇 장 사와서 작업대 위에 깔아봤음. 한 장에 한 2천원쯤 했던 거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 안 남. 암튼 무광이고 너무 새하얗지 않은 색. 그 위에 제품 올리고 옆에 포장 스티커 한 장, 끈 조금만 보이게 두고 찍었는데 아 진짜 훨씬 낫네.

신기한 게 배경을 정리하니까 제품 색이 더 잘 보임. 예전에는 내가 만든 거 자체보다 뒤에 있는 자질구레한 게 먼저 보였나 봄. 컵, 가위, 택배 송장 뭉치 이런 거. 나는 매일 보는 책상이라 몰랐는데 사진으로 보면 꽤 시끄러웠음. 에휴.

그리고 포장할 때도 은근 편하더라. 보드지 위에 상품, 봉투, 완충재, 감사 메모 이렇게 딱 올려두니까 순서가 덜 꼬임. 특히 같은 디자인 색상만 다른 거 여러 개 나갈 때, 바닥이 통일돼 있으니까 확인샷 찍기도 좋고 나중에 사진 찾아볼 때도 덜 헷갈림. 별거 아닌데 판매자 입장에서는 이런 게 체력 아껴주는 듯.

오늘 점심시간에 주문 문의 하나 왔는데, 사진 분위기 바뀐 거 보고 세트 느낌이 더 난다고 하더라. 물론 그거 하나로 뭐가 확 바뀌었다고 말하긴 좀 웃긴데, 그래도 괜히 들뜸. 돈 많이 들여서 장비 바꾼 것도 아니고 그냥 배경 덜어낸 건데 티가 나는구나 싶었음.

예전엔 포장을 예쁘게 하려면 뭘 더 붙여야 된다고 생각했거든. 스티커 하나 더, 리본 하나 더, 카드 하나 더. 근데 요즘은 덜어내는 쪽이 더 나은 거 같음. 상품이 작을수록 주변을 조용하게 해줘야 손님 눈에도 편하게 들어오는 느낌.

보드게임 모임 갈 때도 카드 정리 잘 된 판 보면 괜히 게임이 더 재밌어 보이잖아. 그런 거랑 비슷한가 봄. 물건도 놓이는 자리빨이 있네.

이번 주말엔 같은 배경으로 대표사진 몇 개 다시 찍어볼까 함. 퇴근하고 배달까지 하면 몸은 좀 갈리는데, 이런 식으로 작은 거 하나 바꿔서 결과가 보이면 또 이상하게 힘이 남음. 본업 월급이랑 부업 수익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도 좋고 무섭고 그렇긴 한데, 일단 오늘은 회색 보드지 잘 샀다 쪽으로 마음 기울어짐.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