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피값도 애매하게 올라서 그런가, 카페에서 노트북 펴고 앉아 있으면 괜히 계산부터 하게 됨. 아메리카노 한 잔에 한 5천원쯤 나가고, 콘센트 자리 있으면 괜히 오래 있어도 되는 기분이고.
외주 얘기도 비슷한 거 같음.
처음엔 기능 하나 만들면 얼마냐고 묻는데, 막상 까보면 기능 하나가 하나가 아님. 로그인 하나만 해도 이메일 로그인인지, 카카오까지 붙는지, 비밀번호 찾기는 있는지, 관리자에서 회원 막아야 하는지 이런 게 줄줄이 따라옴.
예전엔 나도 그냥 “이 정도면 며칠이면 되겠네요” 하고 말부터 했는데, 그게 은근 발목 잡힘. 클라이언트는 화면에 보이는 버튼 하나를 말한 거고, 나는 뒤에 필요한 저장 구조나 예외처리까지 떠올리고 있고. 서로 같은 단어 쓰는데 머릿속 그림이 다름.
그래서 요즘은 견적 얘기 전에 화면이 몇 장인지부터 물어봄. 엄청 딱딱하게는 말고, “대충 사용자가 누르는 순서만 적어주실 수 있나요” 정도. 이게 생각보다 잘 먹힘. 상대도 자기가 뭘 원하는지 적다 보면 빠지는 게 보이나 봄.
특히 자동화 스크립트 쪽은 더 그렇지. 엑셀 파일 읽어서 정리해달라길래 간단할 줄 알았는데, 파일 양식이 매번 다르고, 어떤 날은 열 이름이 바뀌고, 공백 들어가고, 날짜도 이상하게 들어가고. 이러면 코딩보다 사람 말 해석하는 시간이 더 길어짐.
근데 이걸 처음부터 “예외 케이스가 많으면 비용 달라집니다” 이렇게 세게 말하면 또 분위기 묘해짐. 그래서 나는 그냥 샘플 파일 두세 개 달라고 함. 최근에 실제로 쓰던 거면 좋고, 민감한 건 지우고 줘도 된다고. 말로 설명 듣는 것보다 파일 한 번 보는 게 훨씬 빠름.
단가도 뭐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운 듯. 같은 예약 페이지라도 그냥 폼 받고 메일 보내는 수준이면 가볍고, 결제 붙고 알림톡 붙고 관리자 통계까지 붙으면 다른 일이 됨. 근데 의뢰하는 쪽에서는 둘 다 “예약 기능”임. 여기서 미리 갈라놔야 나중에 서로 덜 피곤함.
요즘 느끼는 건, 견적서 예쁘게 쓰는 것보다 빠지는 말 찾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
수정 횟수도 은근 큼. “간단 수정”이라는 말이 참 위험함. 문구 바꾸는 건 간단한데, 흐름 바꾸는 건 간단하지 않을 때가 많잖음. 버튼 위치 하나 바꾸는 것처럼 보여도 모바일에서 깨지고, 그거 잡다 보면 또 시간이 감.
그래서 나는 작업 시작 전에 애매한 말만 따로 다시 물어봄. 대충, 빠르게, 알아서, 깔끔하게 이런 말들. 이 단어들이 제일 무섭긴 해. 깔끔하게가 사람마다 너무 달라서 ㅋㅋ
좋은 클라이언트는 의외로 처음부터 돈 많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해주는 사람인 거 같음. “이건 잘 몰라서 설명 필요합니다”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편함. 반대로 다 정해졌다고 하는데 자료 하나도 없으면 그때부터 조금 쎄함.
나도 아직 매번 잘하는 건 아닌데, 요즘은 일단 범위표 비슷한 걸 채팅으로라도 남김. 문서까지 거창하게 안 가도 됨. 화면, 기능, 제외되는 것, 나중에 추가될 수 있는 것. 이 정도만 있어도 나중에 “그것도 포함 아니었나요”가 좀 줄어듦.
외주가 결국 코드만 파는 게 아니라 서로 기대치 맞추는 일이구나 싶음. 코드 치는 시간보다 그 앞에서 말 맞추는 시간이 더 아까워 보이는데, 이상하게 거기서 안 맞추면 뒤에서 몇 배로 돌아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