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쯤에 엑셀 정리 하나 맡았음. 동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노트북 펴고 했는데, 처음엔 그냥 주소랑 전화번호 맞춰 넣는 일인 줄 알았지.
파일 열어보니까 행이 한 2천 줄 조금 넘었던 거 같음. 정확히 세진 않았고, 그냥 스크롤 내려보니 끝이 멀더라. 의뢰한 사람 말로는 “간단히 정리만 해주시면 돼요”였는데, 이 말이 제일 무서운 말임. 간단히가 어디까지냐고. 아오.
처음 30분은 손으로 했음. 이름 따로, 지역 따로, 메모 칸 따로. 하다가 문득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싶더라. 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데 손으로 하나씩 붙잡고 있으니 눈도 아프고 허리도 굳고. 우리 집 고양이는 옆에서 키보드 위로 올라오려고 하고, 나는 임대료 오른다는 문자 보고 머리 복잡한 상태였고. 이런 날엔 단순 입력도 더 오래 걸림.
그래서 중간에 그냥 파워쿼리로 돌려봤음. 엑셀에 기본으로 있는 그거. 나도 엄청 잘하는 건 아닌데, 열 나누고 공백 지우고 중복 제거하는 정도는 이제 손보다 빠르긴 하네. 예전 같으면 함수만 붙잡고 있었을 텐데 요즘은 이런 자동화 쪽으로 조금씩 넘어가야 하나 싶음. 근데 또 문제는 원본 데이터가 너무 제멋대로라는 거지.
주소 칸에 “부천시 어쩌고”만 있는 것도 있고, 어떤 건 건물명까지 다 있고, 어떤 건 전화번호가 메모 칸에 들어가 있음. 이걸 자동으로 다 맞출 수 있나? 못 맞춤. 결국 반은 자동으로 밀고, 이상한 것만 따로 필터 걸어서 눈으로 봤음. 완전 자동화라는 말은 듣기엔 좋아도 실제 일거리에서는 꼭 사람이 끼어야 하는 구간이 생기는 거 같음.
하다 보니 느낀 게 있음. 이런 데이터 입력 일은 단가보다 상태를 먼저 봐야 함. 파일 샘플 조금이라도 받아서 열어봐야지, 말만 듣고 “네 가능함” 했다가 시간 다 잡아먹음. 특히 줄 수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됨. 500줄이어도 엉망이면 오래 걸리고, 3천 줄이어도 규칙 맞으면 금방 끝남. 미친 게, 이번 건 줄 수보다 예외 처리가 더 일이었음.
나중에 의뢰한 사람한테 이상한 데이터 몇 개 캡처해서 물어봤더니 그쪽도 원본을 다른 데서 받아서 잘 모른다네. 그럼 나도 모름. 내가 무슨 탐정도 아니고. 그래서 애매한 건 빈칸으로 두고 메모 칸에 표시해놨음. 괜히 추측해서 채우면 나중에 더 꼬임. 이건 진짜 몇 번 당해보면 알게 됨.
자동화 도구 쓰면 빨라지는 건 맞는데, 처음부터 전부 자동으로 끝낼 생각하면 오히려 더 헤매는 듯. 나는 이제 파일 받으면 먼저 열 5개 정도만 보고, 패턴 있는지 없는지부터 봄. 패턴 있으면 함수든 파워쿼리든 매크로든 뭐든 붙일 만하고, 없으면 그냥 수작업 섞어서 시간 계산해야 함.
그리고 작업 전에는 “확인 필요한 값은 따로 표시함” 이 말 꼭 해두는 게 편하더라. 이걸 안 해두면 나중에 왜 비워뒀냐, 왜 그대로 뒀냐 이런 말 나옴. 에휴. 돈 몇 만원짜리 일이어도 말 한마디 없으면 피곤해짐.
이번 건 그래도 끝내긴 했음. 밤 11시 넘어서 저장하고 보냈는데, 다음날 오전에 수정 요청 두 개 와서 고쳤고. 막 어렵다기보다, 자잘하게 사람 기 빨리는 종류임. 근데 또 이런 걸 하다 보면 내 유튜브 자료 정리할 때도 도움이 되긴 하네. 영상 소재 적어둔 시트도 엉망이라 남 일 할 처지가 아닌가 싶고... 진짜 내 파일부터 좀 정리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