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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켜기 전부터 지치네요

한강가고싶다Lv.12026년 5월 18일조회 11추천 0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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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오는데 비가 올 듯 말 듯해서 괜히 마음이 축축했네요. 분당 쪽은 퇴근 시간만 되면 차가 슬금슬금 밀리는데, 버스 안에서 쇼핑라이브 몇 개 켜놓고 봤거든요. 남들은 참 말도 잘하고 손도 빠르고, 댓글도 잘 받아치고... 보는 입장에서는 금방 지나가는데 직접 하려면 왜 이렇게 준비할 게 많은지요.

저는 주말에 핸드메이드 마켓 조금씩 나가면서 남는 물건이나 새로 만든 소품들 라이브로도 한번 팔아볼까 하고 계속 만지작거리는 중이에요. 그립도 보고, 11번가 라이브 쪽도 기웃거리고, 스마트스토어랑 연결되는 것들도 그냥 눈으로만 훑어봄. 막 전문 셀러처럼 크게 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주말 장사 끝나고 재고 쌓이는 거 보면 마음이 좀 그래서요.

근데 라이브는 물건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네요.

처음엔 폰 세워두고 말하면 되겠지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조명이 제일 먼저 걸림. 집 형광등 아래에서 찍으면 색이 죽고, 스탠드 하나 더 켜면 그림자가 이상하게 생기고요. 지난주쯤 작은 링라이트 하나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했는데 가격도 뭐 한 2만원대부터 다양하던데 지금은 잘 모름. 싸다고 아무거나 사도 되나 싶고, 또 비싼 거 사자니 내가 얼마나 한다고 이러나 싶고요.

그리고 썸네일이 은근히 사람 기운 빼네요.

라이브 시작 전에 사진 하나 고르는 데 시간이 꽤 감. 손바느질 파우치 같은 건 실제로 보면 색감이 괜찮은데 사진으로 찍으면 그냥 천 조각처럼 나와요. 글자 넣으면 촌스럽고, 안 넣으면 뭔지 모르겠고. 젊은 분들은 앱으로 뚝딱 하던데 저는 하나 바꾸고 저장하고 다시 열고 그 과정에서 이미 힘이 빠짐. 생각보다 크네, 이런 사소한 준비 시간이요.

시간대도 참 애매함이 있어요. 퇴근하고 저녁 먹고 설거지 좀 하고 나면 8시 반쯤 되는데, 그때 켜면 보는 분들이 많을까 싶다가도 저도 그 시간엔 누워서 보기만 하지 뭘 사지는 않거든요. 주말 낮은 또 마켓 나가거나 집안일이 있어서 흐름이 끊기고요. 아침 시간은 목소리가 안 나옴... 콜센터 일하다 보니 평일엔 말하는 에너지가 남아 있질 않네요.

그래도 몇 번 구경하면서 느낀 건 첫 3분이 진짜 고비 같아요. 사람이 없는데도 계속 말해야 하고, 한두 명 들어왔다 나가면 괜히 마음이 철렁함. 물건 설명을 준비해도 막상 화면 앞에서는 “이거는요”만 반복하게 되더라고요. 가격 얘기도 너무 빨리 하면 장사 티 나는 거 같고, 너무 늦게 하면 보는 분들이 답답할 거 같고요.

저는 그래서 요즘 종이에 아주 짧게만 적어둬요. 제품 이름, 색상, 크기 대충, 세탁 되는지, 포장 가능 여부 정도만요. 길게 대본 쓰면 오히려 읽는 느낌이 나서 못 하겠음. 그냥 옆에 붙여두고 막히면 쳐다보는 용도네요. 댓글 오면 거기서부터는 사람 대 사람으로 풀리니까 그나마 낫고요.

라이브커머스가 쉬워 보였던 건 보는 사람 입장이어서 그랬나 봐요. 판매자 화면 뒤에는 충전기 찾고, 택배 박스 세어보고, 책상 위 먼지 닦고, 갑자기 와이파이 느려지는 것까지 다 있네요. 별거 아닌데 하루 일 끝나고 하려면 괜히 한숨부터 나옴.

그래도 주말 마켓에서 어떤 분이 “이거 온라인으로도 살 수 있어요?” 물어보면 또 마음이 살짝 움직여요. 내가 만든 걸 누가 다시 찾는다는 게 기분이 나쁘진 않거든요. 그래서 오늘도 장바구니에 넣어둔 조명 다시 보고, 예전에 찍어둔 사진 몇 장 지우고, 라이브 제목은 뭘로 해야 덜 부담스러울까 생각만 하고 있네요. 막상 켜면 또 별일 아닐 수도 있는데, 켜기 전이 제일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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